21세기 초고도화된 문명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기술의 진보로 많은 것을 편리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정작 중요한 인간 삶의 소중한 의미는 상실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신화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초현실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다고 여겨져 왔으며, 이성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민족지적 성격을 가진다고 여겨져 배척당해 왔다. 하지만 인간이 삶에 대해 가져야 할 진정한 의미는 세계와 인간에 대해 사유했던 인류의 최초의 사유인 신화적 사고를 통해 복원되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현재 매체들의 발달로 인해 다시 콘텐츠적 소재로 서 신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도 문화산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장르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특징을 갖기 때문에 신화를 소재로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소재 차원에서만 그치는 신화적 상상력에 대한 논의는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신화는 인간의 상상력이 응축된 상징을 통해서 세계와 인류에 대한 사유를 드러낸다. 또한 경험-과학적 사유와 반대의 의미가 아닌 이를 모두 통합하는 관점에서, 주관적이고 능동적인 정서의 흐름을 언급하며 상상력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매체로 인해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는 언어를 넘어서는 신화적 상상력과 사고가 단순히 환상성만을 차용해 쓰는 소재만으로 국한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중요한 점으로 대두되어 지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가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2012년 작품이다. 작가는 이전 작품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작품 속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겪어 내야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감독은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커다란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미시적인 주제에 대한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에 혹은 나 자신에게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삶에 대한 철학을 관통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호소다 마모루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짐을 통해 인류에 관한 사유를 많이 드러내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늑대아이〉는 인간과 늑대가 결합해 낳은 반인반수 늑대인간이 인간이 될지 늑대가 되어 살지를 선택하는 과정의 성장담을 주축하고 있으며, 그들을 키워내는 엄마의 성장까지 담고 있다. 서사의 과정은 전형적인 영웅서사구조를 띄고 있으며 그 안에 담고 있는 상징들이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자연이 갖는 생명성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꼭 해야만 하는 선택과 그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선택 뒤의 변신을 통해 나와 다른 타자와의 관계 맺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신화적 사고로서 드러낸다.
신화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던졌던 가장 최초의 무의미한 질문 던짐이자 대답이다. 이 무의미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체의 유동적인 정신의 흐름을 통해서 이다. 따라서 상징이 신화적 상상력으로 발현되어 지는 것은 이 과정을 통해서 이며, 이는 언어를 벗어난 상징기호들을 통한 의미구성이 신화적 상상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갖는 문화와도 같다. 따라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신화적 사고는 인간의 삶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며 상징을 통한 무의미 속 의미를 읽어내는 과정이 된다. 그러므로 신화적 상상력이 가득 담긴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를 분석하는 것은 삶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읽어내는 과정이 되며, 이는 삶에 대한 질문던짐 과정인 신화적 사고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