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요구와 관심은 1990년대 '예술의 거리', '문화의 거리'라는 유행으로 탄생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화두로 거론되었다. 본 연구 대상지인 광주 예술의 거리는 1987년 시 조례를 통해 최초로 지정된 이후, 조례와 정책의 일환으로 변모했고 따라서 그 안의 생활주체들의 개인의 '삶'도 영향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 가던 예술의 거리는 최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함께 다시 재조명 받게 되었으며, 2009년부터 활성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이다.
본 연구는 기존의 광주 예술의 거리 연구가 주로 시각디자인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 한계라고 생각되었으며, 그 지역만의 장소성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거리를 구성하는 생활주체의 내부자 목소리를 통한 장소성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광주 예술의 거리의 장소성 변화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장소성의 형성요인인 물리적 요소, 행태적 요소, 의미적 요소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크게 역사적으로 형성된 배경요인을 검토하여 예술의 거리가 지정되기 이전의 모습을 추적하였고, 이후의 모습을 정책과 계획에 반해 거리에서 경험하는 생활주체의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역사적 과정을 심층인터뷰와 자료 분석을 통해 행태적 요소와 물리적 요소를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의미경합의 장으로서 경험한 역사를 통해 현재 예술의 거리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통하여 의미적 요소를 파악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직접적으로 예술의 거리의 형성 배경 요인이 될 수 있었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이다. 당시 광주읍성이 있었던 이곳을 허물고 일본인들은 관공서를 설치하고 충장로와 금남로를 중심으로 상권을 구축한다. 광복 이후 이 공간계속 유지되었고, 관공서에 그림 선물을 하는 문화로 동양화는 큰 인기를 누렸고, 이 일대는 표구사와 화랑의 거리로 촉발되는 계기가 된다.
둘째, 장소성 형성요소인 물리적 요소로 분석한 예술의 거리의 결과는 십자가(+) 형태의 모양으로 가로(Street)형이다. 대부분 문화예술관련 업종 중 미술작품이나 도구와 같은 유통에 관련된 업체가 가로변에 분포되어 있으며, 야외무대에서 동부경찰서 사이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시설물은 정책 혹은 활성화 프로젝트에 의해 설치된 것이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시각적으로 퇴색되고 있다. 생활주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은 '중앙초등학교와 그 담벼락'인데, 그 이유는 첫째로 예술의 거리 내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최초로 전시회가 열렸던 공간이며, 둘째로는 1992년부터 열렸던 '개미시장'이 담벼락 옆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행태적 요소라는 것은 특정 공간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공간의 문화정치학 관점이라는 것은 이러한 행태적 요소가 특정 공간에서 지배력(권력)과 저항력(생활주체)의 다양한 의미들이 어떻게 서로 경합하고 갈등하는지 보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본 예술의 거리는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기에 생활주체들의 소통과 '삶' 자체의 장이였던 모습이 1987년 '예술의 거리 지정'으로 인해 변모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예술의 거리 상가 번영회'를 통하여 생활주체도 단결된 모습을 보였고, '예술의 거리 육성 기금 조성 및 운영위원회'를 통해 생활주체와 권력주체도 협력을 하지만 1990년대 중반이 지나가면서 점차 분열과 갈등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첫째로, 경제·정치적 상황이 직접적으로 상권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권력주체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을 하지 않고 심지어 생활주체의 요청마저 오랜 기간 동안 외면했으며 일방적인 행정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새로운 업종과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들어오는 생활주체에 의해 내부에서도 소외감이 일어났고, 계층화가 되면서 상권 위주의 거리가 자연스러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힘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넷째,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개인의 경험은 현재 특정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각 생활주체의 의미적 요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예술가를 최근 들어온 생활주체로 봤을 때, 점점 '고유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여전히 대표하는 상징요소는 '문화예술관련 상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역사적 장소' 로서의 의미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중요한 장소 인식에서도 '중앙초등학교'나 주요 상가 밀집 지역인 '야외무대에서 동부경찰서까지'보다 문화활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야외무대'가 있는 교차로로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예술의 거리의 '상업적 특화'에서 '문화 활동'의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오히려 과도기로 고유이미지를 잃어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활성화 인식에서 예술가와 상인의 차이가 뚜렷하여 소통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광주 예술의 거리의 장소성은 크게 권력의 영향에 의해 1990년 대 말을 기점으로 소통의 공간과 채널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지속적 활성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주체 내에서도 예술의 거리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생활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실 속에서 나오는 'bottom-up'정책의 가능성을 찾아 장소성을 살려 소통의 맥락을 이어주고 낙관적 전망으로 생활주체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정책과 네트워크 구성 및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