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인도네시아에서 봉제완구를 생산하는 A사가 2013년 초부터 진행한 제조실행시스템(MES) 구축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회사 내 사용자 집단들의 반응을 질적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MES의 주 사용자인 현지 공장의 한국인 주재원 중간관리층(KMM)과 현지 인도네시아인 현장관리자(IFM)들을 대상으로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수집한 면접 자료를 근거이론 방법론을 이용하여 코딩 분석하였다. 두 사용자 집단 간 반응을 비교하였고 특히 두 차례 자료수집 시점사이에 진행된 경영층의 개입(managerial intervention)에 따른 두 집단의 반응의 변화 양상도 분석하였다.
코딩분석 결과에 의하면, MES도입에 대한 사용 및 지지/저항적 반응은 각 집단이 느끼는 갈등의 수준과 관련되어 있고, 그 갈등의 구체적 내용은 집단에 따라 달랐다. 1차 면접 자료에 의하면 KMM의 저항은 매우 강했으며 그 이유는 업무와 시스템 간 불일치로 인한 업무적 갈등과 함께 예상되는 힘의 약화에 대한 우려로 인한 높은 수준의 사회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IFM은 반대로 업무적 갈등은 어느 정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해 상당한 지지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두 그룹 간 차이는 MES도입으로 인해 KMM은 위로부터의 통제가 강해지지만 아래쪽으로는 권한을 이양하게 되고, 반면에 IFM은 이미 KMM의 강한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로부터의 통제는 별 변화가 없지만 정보 접근권 강화로 인한 자율성과 아랫사람에 대한 통제권이 동시에 강화되는 사회정치적 입장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층의 개입 후에 수집된 2차 면접 자료의 분석에 의하면 1차와는 반대로 KMM은 긍정인 입장, IFM은 부정인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KMM의 경우는, 최고경영층의 강력한 설득과 추진을 통해 힘의 약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고 기능성 개선의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업무적 갈등을 잠정적으로 해소시켰다. 그러나 경영층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IFM은 시스템의 유용성에 대한 실망에서 출발하여 기대했던 자율성과 아랫사람에 대한 통제권의 강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못하다는 사회정치적 평가를 바꿀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은 업무관련 갈등이 실제 사회정치적 갈등의 유발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관리층에게 필수적인 의사결정지원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업무관련 갈등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사회정치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본 연구는 분석과정에서 우리말로는 여유에 해당하는 "유도리"가 현장에서 KMM과 IFM에게 공통적으로 MES에 내재된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는 중요한 사회정치적 갈등의 또 다른 원천임을 발견하였다. MES가 현장과 최고경영층 양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수준의 "유도리"를 찾아내고 이를 시스템화함으로써 갈등과 저항수준을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하나의 사례를 다루었지만, 질적 연구방법의 유연성을 활용하여 한국과 인도네시아라는 두 개의 이문화권 사람들이 조직 내 IT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이해관계자들의 상세한 진술을 분석함으로써 사회정치적 프로세스에 대해 연구 맥락이 충분히 반영된 해석을 제공하고 이를 근거로 이론적 및 실무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