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가장 사람이 분비는 곳을 찾으라면 잡지 파트가 아닐까 싶다. 현재 한국에는 패션 및 미용,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잡지가 존재하며, 매달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된다.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양적질적으로 성장해온 잡지지만, 방송과 신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잡지 생산자와 관행에 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본 연구는 라이선스 패션 잡지의 사진이 '왜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패션 잡지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서 시작한다. 이를 크게 둘로 나눠, 기존에 해왔던 방식인 관행대로 비슷비슷한 사진을 재생산하고 있는 현실과 매체의 특성과 관계 없이 포토그래퍼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대량 생산되고 있는 잡지 사진의 경향에 대해 생산자 중심으로 살펴봤다. 패션 잡지 사진을 생산하는 핵심 축인 5 명의 에디터와 6 명의 포토그래퍼, 1 명의 리터처를 심층 인터뷰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잡지 사진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첫째, 잡지 제작에서 발생하는 권력 관계에 주목했다. 에디터와 포토그래퍼, 에디터와 편집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의 논리가 잡지 사진 생산, 사진 셀렉(선택), 사진 편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에디터와 포토그래퍼의 게이트키핑 및 잡지사 조직 및 편집장 차원에서의 최종 결정권이 잡지 사진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이 밝혀졌다.
둘째, 잡지 사진을 생산하는 그 동안의 축적된 관행에 주목했다. 외국 포토그래퍼의 사진이나 타 잡지에 실린 사진을 참고 삼아 작업하는 시안 관행과 한정된 비용 및 제작 시간과 부족한 인력 등의 제작 현실이 유사한 사진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에디터의 저연령화 현상 및 잦은 이동이 생산자의 비전문화를 부추기며, 한정된 포토그래퍼로 수없이 많은 잡지 사진이 재생산된다는 측면에서 사진의 탈개성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진단했다. 추가적인 요인으로 패션 잡지사가 직면한 그 밖의 문제들을 살펴봤다. 그 결과, 사진의 과도한 리터칭과 전속이 없이 촬영 스탭들이 전매체에 공유되고 있는 상황 등이 잡지 사진들이 탈개성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물론 열악한 잡지 생산 환경에서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본 연구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라이선스 잡지의 콘텐츠 생산 과정의 분석 및 성찰을 통해 잡지 사진이 창의성 및 개성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나아가 연구를 통해 지적된 요소들에 대한 문제 의식은 잡지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