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춘원 이광수의 『무정』을 성장소설의 관점에서 바라보되, 이전의 남성 주인공인 형식과 여성 주인공인 영채의 성장을 각각 연구한 성장소설로서의 관점에서 벗어나, 『무정』에 드러나는 형식의 성장 서사와 영채의 성장서사를 분석한 뒤 이를 '남녀 이중 성장서사'의 관점으로 분석하였다.
『무정』은 이광수의 자전적 소설의 특징이 드러나며 이광수 자신의 체험이 형식과 영채에게 투영되어 있으므로 두 인물의 성장 서사를 한 맥락으로 풀어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남녀 이중 성장서사가 『무정』에서 나타남을 주목하였다. 민족 계몽을 이루기 위해 애쓰던 이광수에게 남성과 여성이 모두 억압받는 사회 현실에서 양성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공존할 수 없게 하는 전근대의 조선을 비판하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때 『무정』에는 필연적으로 이중 성장서사가 나타나게 되어있다.
『무정』의 이중 성장서사는 형식과 영채의 유년기의 만남부터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두 남녀 주인공이 7여년의 헤어짐 끝에 처음 만나는 날은 『무정』이 실질적으로 묘사되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며, 이중 성장서사의 마지막 단계인 '다시 만남' 단계에 진입하는 시점이다. 이후에 형식과 영채는 두 번째 헤어짐을 겪게 된다. 이 '헤어짐''의 단계에서 형식은 김장로를 통하여 선형과 미국 유학이라는 꿈을 손에 쥐게 된다. 이때 영채는 급격한 성장을 체험하게 되는데 이는 병욱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되었다. 자살하러 가는 영채를 설득하고 '여자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는 근대적 페미니즘 사상을 전하는 병욱은 영채에게 있어서 가장 큰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 달 동안 영채는 자아의 발견과 주변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서의 주체성 회복, 꿈의 발견에까지 이르는 성장의 과정을 급격하게 거쳐나간다.
이광수는 소설의 결말에서 주인공들의 완전한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장치하였다. 『무정』의 형식과 영채를 중심으로 한 이중 성장서사는 처음부터 시작된 개인의 자유의지와 주체성의 발견을 거쳐 이 장면에서 작가가 의도한 '민족애의 회복과 사회적 정체성의 발견'으로 수렴되어 목적을 달성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본고는 『무정』을 성장소설로 바라보고 특히 『무정』이 남성 작가에 의해 창작되었음에도 여성 성장서사가 나타나는 점에 주목하여 『무정』에 나타나는 남녀 이중 성장서사를 해석하였다. 본고에서 살펴본 『무정』의 성장서사 연구는 『무정』을 비교적 최근에서야 성장소설로 바라보고 연구한 『무정』 연구사에 '남녀 이중 성장서사'라는 새로운 관점을 더하여 기존의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도록 하며, 한국 근대 성장소설의 연구에도 작은 진전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