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여성 극작가인 맥도날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인 『오셀로』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 시각으로 고쳐 써서 희극으로 변형시켰다.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자아 발견, 성 불평등과 성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분석들에 비해, 이러한 요소들을 잇는 구스타브 원고의 기능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논문은 『오셀로』의 손수건과 『잘자 데스데모나 (잘잤니 줄리엣)』의 구스타브 원고의 기능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극적 장치가 가지는 중요성과 그 안에 내재한 여러 기능들을 논의했다. 『잘자 데스데모나 (잘잤니 줄리엣)』에서 콘스탄스는 구스타브 원고를 명예회복 및 자기 발견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필자는 자기 발견을 위한 열쇠가 구스타브 원고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스타브 원고는 무의식에로의 여행을 통해 콘스탄스에게 진정한 자아를 탐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상징적 존재이다.
구스타브 원고는 『오셀로』에 등장하는 손수건의 기능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극적 장치는 주인공들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한다. 손수건의 주된 기능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증명하는 동시에 그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이며, 구스타브 원고의 주된 기능은 콘스탄스를 무의식에로의 여행을 통해 자기발견과 그녀가 원하던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그녀를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이 두 극적 장치는 각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구스타브 원고는 긍정적인 기능과 부정적인 기능을 동시에 가진다. 1막의 현실세계에서의 구스타브 원고는 그 자체의 해독 여부에 따라 콘스탄스의 박사학위 논문 취득과 명예회복이 달려있다. 하지만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원고의 기약 없는 해독에 집착한 결과, 콘스탄스는 그녀가 오랫동안 논문 대필을 해준 나이트 교수와 그녀의 제자들로부터 괴짜 취급을 당하며 혼잣말을 많이 하는 정신이상자로 분류된다.
2막과 3막에서의 구스타브 원고는 콘스탄스를 무의식에로의 여행을 통해 사이프러스와 베로나로 이동시켜 그녀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준다. 또한 두 비극의 주인공들인 데스데모나와 줄리엣의 진정한 자아를 깨닫게 해주어 두 등장인물이 새로운 자아들로 재탄생하게 도와준다. 데스데모나는 환상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콘스탄스가 억눌러왔던 사랑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줄리엣은 콘스탄스가 성별에 따른 사랑의 경계선을 허물어 사랑과 열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극의 종결부에서 콘스탄스는 마침내 구스타브 원고에서 나타난 희극의 저자와 현명한 어릿광대가 그녀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콘스탄스가 수년 동안 연구한 구스타브 원고의 답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에 콘스탄스는 자신이 원하던 방식대로 박사학위 논문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콘스탄스가 속해있는 학계에서나 대학에서는 그녀를 정신 이상자로 낙인을 찍어 놓았기 때문에 그녀의 명예 또한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구스타브 원고는 콘스탄스에게 순기능을 하였지만 동시에 역기능을 수행하여 그녀의 위치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