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레비나스의 타자윤리와 민중신학의 합류 가능성을 고찰하였다. 논문의 구성은 레비나스의 생애를 통해 본 그의 사상적, 윤리학적 배경, 타자철학의 해석학, 비슷한 배경에서 출발한 신학인 민중신학의 배경과 해석학, 타자철학과 민중신학의 비교 분석을 통한 합류 가능성 모색, 타자의 집단적 경험, 기억에 대한 연대를 통해 합류를 넘어서는 제언으로 되어 있다.
레비나스에 의하면, 서구철학의 일원론적인 전통은 윤리 부재의 중립의 철학 또는 전체성의 철학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전체성의 철학이란 동일성의 철학을 의미하며, 자아외부에 존재하는 타자의 외재성을 자기화하고 대상화하면서, 자기-동일시하는 철학을 의미한다. 의식의 전개 과정에서, 대상은 의식에 종속된다. 이때 만일 의식의 대상이 다른 사람인 경우에 자아와 다른 자아 사이에는 적대적 인간관계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레비나스는 타인의 존재를 자아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는 새로운 관계를 고려한다. 자아와 타자의 올바른 관계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윤리적 관계 즉 형이상학적 관계이다. 윤리적 관계는 타자를 자기동일성의 영역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열망하는 움직임 즉 타자에로의 초월성에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윤리적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출발점은 바로 타인의 얼굴이 나타내는 현현을 수용하는 것이다. 현상이 목적하는 바에 근거하여 대상을 인식하는 작용인데 반하여, 현현은 우리에게 보여지고 나타나는 것이다. 타인은 어떤 맥락과도 무관하게 가장 벌거벗은 얼굴 그 자체로 근원적 언어 즉, 윤리적 근원어를 계시하고 있다. 타인의 얼굴은 우리에게 윤리적 요청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명령이자, 우리의 도움을 구하고 간청하는 호소이다.
민중신학도 마찬가지로 타자를 책임지는 주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말함과 대속으로 설명하였는데, 말함 즉 민중의 이야기는 민중의 주체성을 확립하며 연대를 통하여 책임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통한 민중과의 연대는 타자를 향한 노출이며, 민중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우리는 타인을 위해 존재하게 됨을 논하였고, 대속은 타자의 욕구와 필요에 응답하기 위해 자신을 그의 입장에 내어놓는 것으로 민중에 의한 구원사건을 통해 이 시대의 고통당하는 민중, 타자의 소리에 책임을 지는 결단이 민중신학적인 대속임을 논하며 타자철학과 민중신학의 합류 가능성을 논하였다.
끝으로, 본 논문은 타자윤리와 민중신학의 합류를 넘어선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타자들의 집단적 경험과 기억, 그 기억과의 연대가 바로 그것이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로 기억을 통해 우리는 과거에 경험한 것을 현재 시점에서 재 경험하며 또한 기억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도 형성해 준다. 이처럼 우리는 기억의 연속성을 통해 '나'가 되고 기억의 공유를 통해 '우리'가 되며 고통 받는 타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데, 타자들의 집단적 경험과 기억, 그 기억과의 연대는 오늘 날 다원화 된 사회에서 가능한 복수의 윤리를 담은 이론적 함의로 서로를 더욱 풍성한 길로 인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