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내 여성주의 활동을 '위기'경험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내/외에서 '여성주의'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하여 '위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에 대하여 알아보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색해보았다. 또한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의 새로운 전략화와 이해를 통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2000년대 초중반 이후 학계와 사회운동단체 각 진영에서 '위기'담론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 진영 또한 '위기'담론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하지만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의 '위기'를 주체적으로 분석해내는 시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언제나 '위기'이기만 한 '위기'의 정체화 과정을 겪게 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대학 내/외에서의 활동경험을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의 '위기'경험에 대한 당사자 목소리에 집중하여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의 '위기'담론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총여학생회, 여성주의 교지, 여성주의 활동 동아리 등 다양한 조직에서 활동하였고, 각자의 경험 속에서 다양한 '위기'를 포착하였다. 단일화 되지 않는 그/녀들의 활동경험과 고민들은 '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위기'경험에 대한 대응전략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연구 결과 '위기'의 구성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은 신자유주의적 후기 발전주의 사회에서의 계급갈등과 삶의 불안정성이 가져오는 전체 사회의 '위기'에서도 자유롭지 못하였고, 진보여성주의 운동 그리고 여성학의 '위기'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또한 '영 페미니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체 여성운동과의 역사적 단절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였다. 외부 조건의 문제들은 내부조건의 문제와 얽혀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어냈고, 대학 내에서 활동하는 주체들 모두 '위기'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해왔지만 '위기'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던 것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설정 또한 부재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단편적인 경험들 속에 숨어 있는 전체 구조를 증명해내는 것은 따라서 '위기'가 무엇인지 직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위기'경험은 순환되는 문제 속에 내포되어 있다.
본 연구의 함의는 '위기'를 직면하고, 바라보기 위한 초석을 쌓은 것에 의미가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운동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기 어렵다. 그리고 운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비단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여성주의 운동이 직면한 문제이다.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의 '위기'경험 분석이 전체 여성주의 운동의 '위기'담론과 맞닿아 있을 수 있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주체들이 고립된 개인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위기'가 아닌 새로운 운동의 '희망'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