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여성의 성범죄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이 아동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성인의 보도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이고 관음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신문기사는 성범죄사건을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강렬함을 주고, 그로 인해 감정적 개입을 불러일으켜야만 한다. 신문기사가 선정적일수록 이런 효과는 잘 나타난다. 아동 성폭력이 선정적으로 그려지는 사회에서 선정적 보도는 피해아동과 그 가족들 그리고 보도를 접하는 수용자들에게는 또 다른 폭력이다. 이런 사회에서 성폭력 근절은 요원한 일이다.
또한 성폭력이 남성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억제할 수 없는 성충동'에서 비롯된다는 통념과 성폭력 가해자는 '비정상적이고 반사회적인 개인'이라는 성 통념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가해 남성 개인에게만 보도가 집중되는 것은 왜곡된 성 통념을 공유하고 있는 일반 남성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피해의 책임과 가해의 원인을 '어머니 책임'으로 전가해서 모성이데올로기를 강화하여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제약을 유발하고 아동성폭력을 단지 취약계층만의 문제일 것이라는 착시현상을 일으켜 일반남성들을 비가시화 시키는 남성중심 시각의 언론의 안일한 보도 전술에 도전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를 위하여 2012년에 발생한 고종석에 의한 초등학교 여학생 납치 성폭력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분석하여 보도의 문제점을 찾아보았다. 신문 보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아동에 대한 성폭력 보도를 '성적'으로 접근하여 섹슈얼리티로 기표하고 있었고, 피해의 책임과 가해남성이 범죄를 저지른 근본적인 원인을 '어머니 부재', '어머니 역할 부재'로 이미지화하였다. 아동성폭력 예방의 책임 역시 어머니들에게 전가하여 모성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었다. 또한 아동성폭력을 취약계층만의 문제로 협소화 시켜 계층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범죄라는 문제의식을 비가시화 해버린다. 보도의 분석을 통해 언론이 생산하는 아동성폭력 보도는 섹슈얼리티, 모성, 계층의 문제로 협소, 편향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여성에게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은 남녀의 위계와 권력관계, 여성의 성에 대한 왜곡된 통념에 도전하는 여성주의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아동에 대한 성범죄 보도는 아동의 인권존중을 기본으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윤리적 보도를 지향해야 함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