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보나벤투라의 범형주의 안에서의 신과 피조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특별히 그가 바라본 물질세계에 대한 이해, 즉 '씨앗 이성론'과 '보편적 질료 형상론'에 관한 연구이다.
연구의 목적은 보나벤투라와 프란치스칸 사상이 범신론적으로 해석될 수 없음을 알리고, 보나벤투라가 바라보는 피조물에 대한 관계적이고 개방적인 시각을 이해하는데 있다. 보나벤투라의 형이상학과 인식론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보나벤투라가 단순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추종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보나벤투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상 간의 조화를 시도했다.
보나벤투라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선은 자기 확산적이다(Bonum est sui diffusivum)'라는 사상이다. 이 사상은 동방의 사상, 특히 디오니시우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은 사상이며 보나벤투라의 신에 대한 묘사이고 동시에 관계성을 띄는 사상이다. 보나벤투라는 신과 피조물간의 위계질서 안에서 확산하는 사랑으로 창조주인 신을 이해했다. 이는 신과 피조물을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관계적 사고이며 위계 질서 안에서도 우리가 가장 낮은 단계의 피조물을 당연히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나벤투라 사상은 개방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역동적인 성향을 띈다. 이는 프란치스칸 사상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보나벤투라는 저서에서 우리 인간은 신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와 같음을 강조하고 최종목적인 신을 향하여 신을 바라고 신에게로 열려있음을 주제로 삼는다.
보나벤투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씨앗 이성론에 영향을 받았다. 씨앗 이성론이란, 가능태로 잠재되어 있다가 제 때에 피어난다는 피조물들의 역동성을 주장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론인데 이는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보나벤투라의 사상과 프란치스칸 전반의 사상과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 보나벤투라는 씨앗 이성론을 그의 물질세계의 이해에 접목시킨다.
보나벤투라의 보편적 질료-형상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와 형상 이론을 수용한 이론이다. 그러나 보나벤투라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으로 물질세계를 설명하였다고 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충실했던 것은 아니다. 보나벤투라는 범형론자이며 그에게 피조물의 범형이란 신의 말씀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계시 진리를 반드시 염두에 두고 보나벤투라 사상을 이해함이 옳다. 그리고 보나벤투라의 삼위일체 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나벤투라 사상을 이해해야 한다.
보편적 질료 형상론은 다수 형상설로 이어지며 보나벤투라와 프란치스칸 사상을 범신론으로 해석할 수 없는 도구가 되는 기능을 가진다. 이 학설은 만물을 형제자매로 부르며 피조물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나타낸 프란치스칸 사상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보나벤투라에게 이 세상은 신과 피조물 사이의 사랑의 관계로 이루어져있다. 보나벤투라의 물질세계에 대한 이해는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사랑의 관계에 놓인 신과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