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와 윤동주(1917-1945)는 동시대인으로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많은 작품을 남긴 대표적 국민시인들이다.
우선 프로스트는 뉴잉글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그 자체로가 대상이 아닌 인간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인간의 자아탐구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개인으로서 삶의 본질에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윤동주는 프로스트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시대적 배경을 안고 살아갔다. 일제강점기하에 많은 탄압과 일본식 이름 사용과 국어사용 금지, 강제 공출과 징병제 등으로 식민지 피지배의 '어둠'이 깊어갈 무렵 밤하늘의 별을 헤며 이국 소녀들,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와 같은 순한 동물들, 그리고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같은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보던 감수성이 풍부한 문학도이면서 짧고도 슬픈 운명을 안고 간 시인이다. 이런 두 시인들이 각기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을 지라도 서로가 자연과 사물을 관찰할 때는 깊은 명상과 관조를 통해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 자아에 대한 탐구해 가는 길을 같이 걷고 있음을 몇몇 작품들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프로스트의 「눈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와 윤동주의 「눈」에서는 자연경관에 대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대상물에 대한 관조를 통해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동시에 외형적으로는 상식에 부합되지 않지만 오히려 더 이치에 맞는 상황이 전개되는 '역설적인 구조'의 공통점을 위주로 비교하며 연구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The Road Not Taken")과 윤동주의 「길」은 공통적으로 '길'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개인으로서의 삶에서 나타나는 인생탐구 과정의 단면들을 표현하고 있다. 프로스트는 한적한 두 갈래길 앞에 서서 깊은 명상을 통해 인생이 곧 선택의 연속이라는 결론에 도달함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윤동주는 자아의 상실감으로 인해 길을 나서지만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실감을 명상적 사색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연구 하다 보면 두 시인의 출발선은 달랐을 지라도 근본적으로는 두 시인이 단순한 서정성에 몰입하고있는 자연시인이 아니라 인생과 자아에 대한 반성적 사고의 방식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결론에 누구나가 공감하게 된다.
세 번째로 프로스트의 「그때 꼭 한번 본 것」("For Once, Then, Something")과 윤동주의 「자화상」에서는 공통적으로 우물 속에 비친 대상물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탐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스트는 순간적인 찰나에서 본 무엇(something)을 통해 '진리의 순간성'이라는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윤동주는 우물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자기연민의 모습을 통해 자아에 대한 진정한 모습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스트와 윤동주의 시에서 초점은 한 개인으로서 누구나가 겪게 되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시적화자의 고뇌와 사색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렇듯 본 논문의 목적은 프로스트와 윤동주가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에서 어느 정도의 유사함을 보이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인생관과 가치관이 작품 속에서 표현되는 전개방식의 유사함도 같이 고찰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