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수필창작교실이 늘어났고 주부들이 이 교실을 통해 대거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그러자 많은 논자들은 수필가의 양적 팽창과 경수필 일변도의 창작경향을 비판하고 중수필로 수필영역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신변적인 수필에 대한 경시 현상은 문학장 안에서 수필이 주변문학이 되고 경수필이 수필 안에서 다시 주변화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논문은 경수필의 이러한 이중적 주변화의 원인이 사적영역, 특히 가정영역의 주부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고찰한다.
주부는 가정 경영의 주체로 호명되면서도 가정 안에서 수행하는 재생산 노동의 가치는 비가시화 된다. 생산과 재생산이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으로 분리됨에 따라 주부의 사적 경험, 즉 가정안에서의 출산, 육아,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제재로 한 수필은 중수필과 경수필이라는 이항대립 구도 안에서 경수필로 분류되었다. 이로 인해 주부들의 사적인 경험은 신변적이고 사사로운 것으로 말해지며 주부 경험을 드러낸 수필은 생활수필, 서정수필, 신변잡기, 더러는 잡문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논문은 중수필과 경수필의 구분틀 기저에 공/사 영역 이원화 패러다임이 깔려 있다고 보고 수필교육제도인 수필창작교실과 수필등단제도가 이 패러다임을 재생산하는 방식을 고찰한다. 또 한편 수필교육 및 등단제도와의 관계 속에서 경합을 벌이며 수필쓰기의 욕망을 실현하는 주부들의 주체적 행위성을 고찰한다.
이 논문을 통해 공적·사적 영역의 위계는 물론 중수필과 경수필의 경계가 초월적이고 단절적이지 않다는 것과 이 영역들이 인간실존에 있어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타자화 되는 주부들의 경험과 주부 수필의 가치를 재사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