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2년은 대한민국 군의 인권상황과 관련하여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한 해였다. 2005년 6월에 발생한 28사단(태풍부대) 총기 난사사건으로 8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6년만인 2011년 7월 4일, 강화도에 위치한 해병대 2사단의 초소에서 28사단 총기 난사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여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한국군의 주력인 육군을 양성하는 논산훈련소에서 발생한 노우빈 훈련병 사망사건은 작년 한 해 군 입대를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더 큰 걱정거리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충격적인 총기 사건과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국방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발표하였으나 군대 내 인권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87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가시적으로는 인권에 대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는 사회의 인권 향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특수권력관계를 고수하며 기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장관의 지침이나 청와대 브리핑에서 군대 내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인권은 없이 안보만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병영 내 인권 침해의 원인을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러한 전반적인 기조로 인해 군대 내 인권침해 사안들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2005년에 시행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군대 내 인권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사업의 취지를 계승하여 현 군대의 인권 상황을 진단하고자 시행되었다. 조사방법으로는 동서울터미널과 서울역, 용산역 등에서 휴가 나온 육군 병사 3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심층조사를 통해 인권 실태를 조사하였으며, 월급, 통신의 자유, 진료권, 휴가제도, 의식주 환경권,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동성애자 차별, 권리의식, 구타 및 가혹행위 언어폭력, 소원수리제도, 성폭력, 권리구제 등의 조사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는 여전히 인권을 강조하면 지휘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병사들을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2005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사업 이후 군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다는 것은 인권에 대한 군대 및 사회의 인식이 여전히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있음을 시사한다. 군대 내에서 존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군대가 헌법 위에 군림하지 않을 때에야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와 존경을 받을 것이며, 나아가 전투력과 결속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