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겨레〉가 보도한 빈곤층이 상류층보다 복지정책을 더 불신하고 보수주의 복지정책을 선호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통해 빈곤층 복지수혜자는 친복지적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은 크게 벗어났으며 빈곤층의 복지의식 연구가 보다 구체적이고 경험적으로 탐구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복지제도를 직접 이용하는 당사자로서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복지의식은 복지정책의 질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전체 한국인의 복지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복지의식에 관한 최근 연구는 한국인의 복지의식의 특징으로써 비일관성과 이중성을 지적하고 있다. 복지의식의 비일관성 문제는 빈곤층에서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져 한국인의 복지의식의 전체 윤곽이 형성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복지의식 연구에서 빈곤층만을 주제로 한 연구는 1986년 김영모의 연구 이후 없었고 지금까지 이루어진 복지의식 연구는 패널조사나 설문조사방식의 양적연구방법만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기존 연구를 통해서는 빈곤이라는 특수한 경험적 맥락 속에서 빈곤층의 복지의식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의 빈곤층 복지수혜자 12명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첫째, 빈곤층의 복지의식이 어떠한 경험적 맥락을 통해 형성되는지를 분석·기술하고 둘째, 빈곤층의 목소리를 통해 복지의식을 서술하고자 했다. 본 연구는 빈곤층이 복지정책 발전 과정에서 배제된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복지주체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고 빈곤층의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연구 결과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복지의식은 첫째, 빈곤층 복지수혜자들의 복지의식은 복합성(complexity)을 가진다. 연구 참여자 간 복지의식은 상이하게 나타나며, 각 연구 참여자는 복지의식 하위 영역에서도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갖는 복합성을 보여준다. 이는 동일한 빈곤층 복지수혜자이지만 사회구조적·개인적 측면에서 각기 다른 경험적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복지의식은 원체험 형성(archetypal experience)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 중 복지정책과 정치의 상관성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보수정당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그것이 복지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박정희 향수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빈곤층 복지수혜자들은 재분배에 대한 요구보다 여전히 발전주의, 경제성장에 대한 요구를 우선시한다. 셋째,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복지의식은 외양적 모순성(apparent contradiction)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다시 말해 빈곤층 복지수혜자들은 겉으로는 복지확대, 정부의 적극적 복지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들을 착취, 위험을 유발하는 사회구조, 권력의 비대칭 해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극적 차원의 복지를 원한다. 넷째, 지난 25년간 한국사회의 정치변동과는 무관하게 빈곤층 복지수혜자들은 절박한 실존성(dire existential necessity)을 바탕으로 복지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복지정책과 정치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생활이 민주주의, 정치와 별개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복지의식은 특정 요인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빈곤층 복지수혜자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형성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복지의식이 형성되는 맥락은 보다 다중적 관점(multiple points of view)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긍정적인 복지의식 형성과 복지국가로의 발전을 추동하는 세력으로의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복지권의 확립, 복지정책에서의 빈곤층 복지수혜자의 참여 기회 마련, 빈곤층 복지수혜자들이 참여하는 복지운동의 증대, 사회복지종사자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