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성안된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 당사자NGO의 적극적 참여로 이뤄진 유일한 인권협약이다. NGO참여를 보장한 UN특별위원회는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단위의 장애인단체들이 국제무대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장애인단체들은 24개 단체의 연대조직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를 구성하여 협약성안과정에서 당사자주의원칙과 이동권, 자립생활, 여성주의 시각 등 주요 내용을 협약에 반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 본 논문은 추진연대의 활동을 중심으로 국제인권협약의 제정과 비준과정에서 한국장애NGO의 동력이 되었던 국내 장애계의 특성을 밝히고, 참여경험의 정리와 활동에 대한 평가, 그리고 앞으로 한국장애NGO의 활동방향을 모색하고자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완전참여관찰과 문헌고찰, 활동가들에 대한 비정형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재구성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연구자가 연구대상에 포함된 행위주체의 일원으로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한국추진연대가 구성된 2000년대 초반 한국 장애계는 장총련의 재결성과 장애인 당사자주의의 논쟁의 본격화, 장차법제정운동의 본격화, 여성주의시각의 확대, 자립생활운동의 확산, 이동권투쟁의 본격화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시기였으며, 이런 현상은 당사자 참여의식의 확대와 권리의식의 성장, '지체·경증·남성' 중심의 장애운동이 '중증·여성·다양한 유형의 포괄'로 그 구심점이 이동, 국제활동의 대중화, 장애인 활동가들의 전문성확대로 나타났으며, 이는 한국 장애NGO가협약제정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내적 상황이 성숙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제정논의과정에서 차별금지와 사회개발 모델, GO와 NGO, 개발국과 개도국의 대립이 주요쟁점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추진연대는 2003년 9월 당사자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한국NGO안과 아·태지역 초안과정에 참여하였으며, 4년여간 11차례의 국제회의 참가과정에서 국내의 주요이슈였던 자립 생활과 이동권, 여성조항 및 여성주의 시각을 협약에 포함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장애인권리협약 제정과정에 대한 평가는 첫째, 당사자주의 관점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자기헌신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기여의 과정이었다. 둘째, 거버넌스의 측면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와 내셔널 거버넌스가 동시에 유기적으로 작동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장애NGO의 경험은 엘리트적이면서도 현장성에 기초한 인권서사방식의 새로운 흐름으로 평가될 수 있다. 넷째, 엔지오간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장애라는 이름으로 획일화 될 수 없는 다양한 유형간의 특수한 이해와 요구를 표출하고 수용하는 진정한 연대와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향후 우리나라 장애 NGO의 활동방향에 대해서는 우선, 국내적으로는 아래로부터 협약의 이행과 모니터링을 통해 NGO의 엘리트화를 경계하는 한편 소통과 연대의 강화할 것, 둘째로 국제적 차원에서는 한국 NGO주도의 국제장애인협력기금 설립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협약제정과정에서의 성과를 자민족 중심, 국가주의 중심의 협소한 틀에서 벗어나 인권의 보편적 실현의 관점에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