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과거청산과 관련하여 발생한 부인의 구조를 연구하였다. 인권침해의 재생산은 사회심리학적 부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된 부인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논문에서는 70년대, 80년대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과거청산 과정에서 발생하였던 가해자들의 부인과 과거청산 이후 가해자 측 지지자들의 부인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방법은 스탠리 코언의 부인이론과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을 활용하여, 두 사건과 관련한 부인의 사회심리학적 기법, 과거청산 부인의 구조 및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부인의 사회심리학적 기법은 문자적 부인, 해석적 부인, 함축적 부인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고, 과거청산 부인의 구조는 부인주체, 부인기법, 부인시점, 부인활동과 채널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무시형태의 극복 및 가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정투쟁이라는 관점에서 가해자 측 지지자들이 행하는 과거청산의 부인 원인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가해자와 지지자 모두 사실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문자적 부인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가해자는 인권침해 사건의 쟁점들에 대해서 부인을 하였고, 지지자는 과거청산의 내용을 부정하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려 하였다. 안보의 필요성에 의해서 사건을 정당화하는 함축적 부인도 가해자와 지지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석적 부인의 경우, 가해자는 위계서열에 의한 부인 등 책임의 부인을, 지지자는 법률적으로 과거청산의 오류를 지적하는 법형식주의적 부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부인의 구조와 관련하여, 가해자는 정권교체기에 청문회, 조사기구, 검찰 등으로부터 조사 받는 과정에서 심문에 대한 자기방어의 일환으로 부인을 하였다. 이에 비해 지지자는 국군 예비역, 반공주의적 개신교 목사 등 가해자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세력으로, 과거청산 이후 민주 세력의 힘이 약해진 시기에 능동적인 담론생산의 형태로 부인활동을 하였다. 지지자는 주로 온라인에서 부인담론을 생산하고 유포하였으며, 소규모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고소고발 운동, 법정투쟁, 대중설교 및 강연의 방식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담론을 외화 시켰다. 그리고 진보-보수 대립, 대선과 같은 정치 일정, 특정 부인주체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집중 부인을 하였다.
가해자 측 지지자들의 과거청산 부인은 이들의 정체성 상실에 기인한다. 지지자들은 대부분 수구세력으로서, 이들은 사회변화, 정권교체, 과거청산으로 인해서 반공주의, 성장주의, 국가주의, 근본주의라는 정체성이 해체되고 사회적 가치가 부정되는 '무시'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사회적 무시에 대한 대응으로 과거청산 부인이라는 인정투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체성 복원 및 '성장을 위한 반공 공동체'라는 가치 공동체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철저하지 못한 과거청산은 과거청산 부인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에서의 과거청산은 거시적 한계인 '위로부터의 보수적 민주화'로 인한 한계를 비롯하여, 과거청산에 대한 총체적 관점 결여, 조사기구의 법적 권한 부족과 정부기관의 비협조, 가해자 처벌 없는 과거청산, 반성과 시인의 문화 미형성, 사회적 고통과 트라우마의 관점 부족과 같은 한계들이 있었다.
과거청산 부인은 피해자들의 사회적 고통과 트라우마의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경우 재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한 부인, 대법원의 배상금 축소 판결,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인혁당 재건위 법원 판결 부인으로 인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수구세력의 집단적이고 집요한 5.18 왜곡 담론의 생성과 유포로 인하여 사회적 고통을 겪고 트라우마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해서는 철저한 과거청산과 함께 전문치유센터의 운영, 개방된 공간 및 사회적 인정과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