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신영복의 담론인 관계론에서 인간적 삶을 위한 방법론을 구성할 수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쓰여 졌다. 불안정성, 불평등성, 지속불가능성의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진화되어 가고 있는 근대의 특성은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수성도 바꾸어 놓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기초적 생존의 조건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삼중 사중으로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라는 본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하여 오늘날의 근대적 삶은 비인간적이기에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으로 신영복의 관점과 그의 담론인 관계론에 주목하였다.
신영복은 현재의 시점은 근대의 세계관인 존재론에 대한 근본적인 각성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러한 것을 기초로 동양적인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에 풍부하게 내장되어 있는 관계론적 가치관과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적인 삶의 모습들을 드러낼 때라고 하였다. 그래서 관계론을 사회사상으로 바라보면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론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의 가능성뿐만이 아니라 그의 담론이 인식론인 동시에 실천적 방법론임을 확인하는 것이 이 논문의 주요한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 신영복의 근대에 대한 관점을 정확히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었다. 그리고 근대와 대비하여 '非근대'라는 개념어를 신영복의 관계론에서 응용하여 설정하였다. '非근대'는 '근대적 모순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천이며 인식'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탈근대를 위한 실천적 영역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신영복 담론의 특성이기도 한 실천성을 주목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은 신영복의 관계론에서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엮어내는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적어가 되었다.
본론은 사회사상의 범위에서 관계론의 지반이 되는 신영복의 삶과 카를 마르크스, 그리고 동양사상에서의 노자에 대해 언급을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非근대에 필요한 요건들을 관계론에서 추출하여 재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非근대의 요건은 자유, 성찰, 인간의 이해, 주체역량, 연대, 변방 등으로 이들은 非근대를 위한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이론적 실천적 받침을 보충함으로써, 신영복의 관계론이 피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삶 속의 주체적인 실천과 과정이며 조직론이란 이론으로도 읽어낼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므로 관계론에서 '非근대의 요건들을 조직 한다'는 것은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엮어내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근대의 모순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천'은 현실적인 과정이며 그것은 결국 인간적 삶 자체이고 그것의 축적이 인식론과 실천론적 방법론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관계론이 非근대를 조직한다는 것, 즉 인간적 삶을 조직함을 확인하는 작업은 담론의 성격 및 유의미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관계론은 다양한 삶의 현장의 모순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실천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세 가지로 정리해 보자면, 첫째, 우리가 쌓아온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인간적인 삶을 다시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방법론이며, 특히 우리의 몸에 체화된 정신적 문화를 사회변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문제의식이다. 둘째, 탈근대문맥이라는 신영복의 고전독법은 동양사상의 사회학적 해석인 동시에 실천적 접근이다. 이것은 민중적 정치학으로서, 저항담론으로서의 대안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셋째, 사회과학적 담론과 사람들의 삶과 정서가 결합되는 자립적 철학으로서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간과 사회 안에 내재하는 관계의 보편성을 드러내고 이 보편성을 이론화한다는 점에서 그의 담론은 지적 지형의 한계를 넘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