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관찰 가능한 표정이나 신체적 표현을 만들기 위해서 실시하는 감정의 관리로 정의되는 감정노동은 조직 속에서의 관계 전반에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고객뿐만이 아니라 상사와 부하, 동료들 사이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감정노동은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이 경험하는 현상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로 한정되어 연구되어왔다.
한편 감정노동이 직무스트레스, 이직의도 등 직무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은 근로자 개인의 특성이나 직무 자체의 특성, 사회적 지원과 같은 변수에 따라 그 영향력이 변화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와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위기에 따라 감정노동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감정노동의 선행요인 중 조직적 차원에서 기업의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감정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 업종, 직무, 경력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감정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팀워크와 단결을 강조하는 집단적 문화, 명확한 서열 질서로 대변되는 위계적 문화, 변화와 적응을 강조하는 발전적 문화, 그리고 구성원간의 신뢰와 정보 공유 분위기가 국내 기업의 직장인들의 감정노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업종에 따라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감정노동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분석한 결과, 제조/건설업에서는 발전적 문화와 위계적 문화, 금융 및 서비스업에서는 합리적 문화가 유의미하게 나타난 반면, 유통도소매업의 경우는 집단적 문화만이 유의미한 것으로 드러나 업종에 따른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한편,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는 금융/서비스업을 제외한 제조·건설업과 유통도소매업에서 신뢰 및 정보공유 분위기가 감정노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직문화가 감정노동에 미치는 영향이 업종에 따라 다르며, 특히 연구대상 전체에서 유의미하지 않았던 합리적 문화가 금융·서비스업에서 유의미한 변인으로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셋째,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감정노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직무에 따라 다른지를 분석한 결과,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는 총무, 생산관리, 영업 직무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기획 직무에서 신뢰 및 정보공유와 상사의 지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사 및 동료들에 대한 신뢰 및 정보공유 분위기는 감정노동을 증가시킨 반면, 상사가 업무 계획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기획부서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직문화의 경우는 영업직무는 집단적 문화와 발전적 문화, 그리고 생산관리 직무에서 발전적 문화만이 유의미한 변인으로 나타난 반면, 기획과 총무 직무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 직무 직원들에게만 감정노동이 나타난 것이 아닌 기획 직무와 생산관리 직무 직원들에게서 감정노동이 차별적으로 나타난 점은, 감정노동이 특정한 '감정노동 직업군'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일정 수준의 감정노동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 선행연구의 결과를 부분적으로 증명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력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결과, 5년 미만의 직원들의 경우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6년에서 9년 사이의 직원들의 경우에는 발전적 문화와 신뢰 및 정보공유 분위기가 유의미했고, 10년 이상으로 관리자로 분류되는 구성원들은 합리적 문화와 위계적 문화가 감정노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6년에서 10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조직구성원들은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과 혁신을 강조하는 발전적 문화에서 감정노동이 증가한 반면, 10년 이상의 직원들은 생산성 향상,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하여 효과적인 과업 수행과 목표 달성을 요구하는 합리적 문화와 명확한 서열질서를 강조하는 위계적 문화에서 감정노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그 차이가 뚜렷하였다.
본 연구는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감정노동으로 인하여 예측할 수 있는 직무 스트레스, 직무 소진 등 직무 관련 태도 및 이직의도 등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에 작용하는 조직적 차원의 선행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조직문화와 일부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감정노동의 선행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감정노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기업들에게 실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는 조직과 그에 속한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증가시키는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