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물리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직결된 일상공간이며 삶터이다. 일상공간은 문화적 생산물의 총체적 실현과 표상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낡고 허름하다는 이유로 장소가 파괴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파괴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도시의 노후주거지역은 고유의 역사와 함께 서민들의 일상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에 경제적, 정치적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장소이다.
연구대상지인 와우산 일대는 광주광역시 안에서 도시노후주거지역의 특성과 경관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서, 이 지역의 연구를 통해 일상문화와 장소성 간에 밀접한 관계, 도시노후주거지역의 장소성 형성요소와 과정 그리고 장소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眞情性, Authenticity) 등 도시노후주거지역이 갖고 있는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도시의 노후주거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편의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개발은 피할 수 없겠지만, 장소 안에 담겨있는 진정한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장소파괴 방식의 개발보다는 좀 더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개발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를 위해서 이론고찰과 실증적 분석을 통해 장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의미를 알아보고, 특히 일상문화적 관점에서 도시노후주거지역을 분석하고 장소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특이점을 분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장소의 진정성을 도출해 내었다.
본 연구를 통해 분석한 와우산 일대의 장소성을 보면, 이 지역은 조선시대 경양역(景陽驛)을 기반으로, 형성된 지 400여년의 역사적 가치와, 야산과 구릉지같은 지형에 주거지역이 조성된 환경, 근현대 서민들의 주거지역으로서 골목과 텃밭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관보유 그리고 골목을 기반으로 한 서민들의 일상성(日常性)이 살아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소성을 통해 도출해낸 진정성은, 도시의 노후주거지역은 소통하고 배려하는 인간적 삶과 비정형성(非定型性)의 문화적 다양성이 살아있는 장소, 환경과 인간이 공존과 조화를 이루는 장소 그리고 거주민의 공동체적 일상성이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장소라는 점이다.
따라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노후주거지역의 장소성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개발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개인주의의 확산과 함께 공동체성이 소멸되고, 건축물과 경관이 획일화되어가는 현대 도시의 정서적, 물리적 폐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도시노후주거지역의 진정성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장소가 갖고 있는 도시 내에서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와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거주민들의 일상성을 최대한 살리고 배려할 수 있도록 개발주체들의 세심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