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은유가 더 이상 수사학적인 장치가 아니라 개념적 사고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레이코프와 존슨의 개념적 은유 이론은 길을 포함한 문화적 대상에 주목할 만한 분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대중음악 가사 속에 나타나는 '길', 영화 〈서편제〉의 '청산도 소릿길', 제주도 '올레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우리 문화 속 '길'의 문화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먼저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드러내는데 효과적인 대중음악 가사 속에서 사랑을 여행으로서 개념화하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1970년부터 2012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대중음악의 가사 속에서 [사랑은 여행]은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사랑과 여행에 대한 공통적인 경험과 정서를 오랫동안 공유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영화 〈서편제〉의 '청산도 소릿길'은 유봉의 가족이 판소리를 부르며 걷고 있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절이 없는 롱테이크(Long Take)컷으로 보여주면서, 노래의 시작과 끝을 걷기의 시작과 끝과 일치시키고 있다. 걷기는 인생과 대응되고 인생은 노래와 대응되는데, 이것은 판소리하는 가난한 소리꾼 가족의 특수한 인생길을 한 컷으로 압축하여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소리꾼 가족이 걷는 롱테이크 컷은 실재를 보는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는데, 이것은 영화적 허구의 삶과 현실의 연속성이 시간의 일치를 이루면서 혼성되어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것이다. 즉, 영화 속 노래하는 가족 공동체의 걷기가 우리의 현실과 동일시되는 혼성 공간으로 창출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갈등과 역경 속에서도 한국적인 판소리를 통해 화합하는 모습은 그들의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드러낸다. 그 순간만큼은 암담한 현실을 잊고 견뎌내고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국적 원형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올레길' 분석에서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요구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걷기는 치유]와 같은 문화적 의미가 부여되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원래 올레길에 부여되었던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는 상업적, 폭력적 공간이 되는 새로운 의미들이 침투하면서 본래의 목적이 훼손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 올레길에 부여된 치유적 의미를 지속적으로 끌고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길'에 부여된 사랑, 인생, 그리고 치유로서의 문화적 의미들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듯이, 문화적 산물이나 현상으로 창조된 것에 대한 이해는 사람들이 표상하는 마음과 마음의 작용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한다. 결국 이것은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하며 수용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측면에서 개념적 은유이론은 본 연구에서 분석한 의미 이외에도 '길'의 또 다른 의미를 밝혀낼 수 있으며, 다른 문화적 창조물들 속에 담겨진 의미를 분석해내는 데도 역시 유효한 방법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