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문화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특히 지자체가 실시된 중반 이후 각 지자체마다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지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지면서, 2000년대 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역문화과'가 신설될 만큼, 현재 지역문화는 문화정책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곧 지역의 문화정책의 주체에도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이 지역의 문화발전과 지역주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제기되면서, 지역단위의 문화예술지원기구이자 문화정책의 주체로서 지역문화재단 설립이 본격화된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은 1997년 경기문화재단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광역·기초단위의 문화재단의 출범이 유행처럼 확산되었고, 현재는 이미 정점의 시기를 넘어섰다고 할 정도로 많은 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산에 비해, 지역에 기반한 문화재단으로서의 정체성 확보와 그 정책 방향의 실효성을 충족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문화정책의 주체이기보다는 예산을 배분하는 지원사업이나 공연과 전시라는 쇼윈도우사업에 집중하며, 지역자원에 대한 발굴보다는 유명 콘텐츠를 대관하는 시설관리 이상의 역할을 못해내고 있으며, 지역주민을 문화적 생산의 주체가 아닌 향유자로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다수 지역문화재단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지역문화재단 출범의 역사에서 후발주자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출범한 지 1년을 넘어서는 광주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재단이 갖고 가야할 역할이 무엇인지, 그에 따른 정책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문화재단의 개념과 설립 목적을 명확히 하고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의 설립, 일반, 사업, 조직 현황 등을 조사해 각각의 특성과 구체적 사업들을 살펴보는데 주력하였다. 다음으로, 광주문화재단의 설립배경과 운영 현황,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문제점은 재단의 정체성, 정책 주체로서의 위상, 지역문화 거점의 역할, 문화적 가치 고양, 지역민에 대한 인식 측면으로 분류하여 논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광주지역 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여 재단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 정책이 공동체의 가치와 사회문제 해결의 토대, 지역민의 자생력에 방향성을 두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앞으로 이러한 논의와 연구가 지역의 문화재단이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파악하고 문화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문화재단이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의 문화 예술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문화 도시,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해 갈 때 지역사회 대안으로서 지역 문화의 경쟁력이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