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전통을 고루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효사상과 더불어 중요하게 인식됐던 장례문화는 일부 변형을 거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통을 수용한 형태로 남아 있다.
조선시대 말기 사대부 문화의 적통을 계승한 초대 침선장 정정완은 수의를 '먼 나들이 옷'이라고 하였다. 내세가 현세의 계속이며 장례는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을 의미 한다는 우리 민족 전통의 가치관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침선장 정정완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생전에 전통양식의 '갖은 수의' 를 만들었다. 양식 뿐 만 아니라 기법도 철저하게 전통 침선을 고수한 그의 '갖은 수의'는 한국 전통수의의 원형이라고 할 만하다. 그의 양식과 기법을 온전히 전승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원형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갖은 수의'를 복원해 원형보전의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해 두고자 하였다.
그러나 정정완의 '갖은 수의'가 갖는 전통 문화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대로 현재적 삶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우선 정정완의 '갖은 수의'는 조선시대 말기, 그것도 사회적 상류층이던 사대부 가문이 지극히 공을 들여 장례의식에 쓰였던 것으로서 이미 당대 서민층의 장례문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또한 의례와 그에 소용되는 복식이 당대의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정정완의 '갖은 수의'는 현재에 이르기 까지 급속한 사회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전통양식을 멋스럽게 따르는 극히 일부 부유층이라면 몰라도 한국 사회 중상층 이하의 가정에서 '갖은 수의' 양식을 따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최근의 수의제작 양식에서 현저히 드러나고 있는 간소화 추세를 반영하지 않고서는 수의와 장례의식을 통해 이어 가려는 전통문화 자체의 단절과 소멸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정정완의 '갖은 수의'가 갖는 전통 문화적 의의 가운데 일부 핵심 의의는 살리면서 현재까지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반영한 간소하고, 제작비용도 덜 드는 '보급형 수의'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초대 침선장인 정정완의 '갖은 수의'를 직접 제작해 원형을 복원하는 한편으로 현대인들이 좀 더 쉽게 수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가격부담도 적은, '보급형 수의'를 제작해 현재적 변용을 시도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첫째, 조선시대 말기부터 현재까지 상·장례 문화와 수의, 침선장 정정완의 '갖은 수의'의 구성과 특성, '보급형 수의'의 현황과 특성 등에 관해 문헌과 선행연구, 출토복식 자료를 통해 고찰하였다.
둘째, 정정완의 '갖은 수의'를 문헌과 남아 있는 실물자료를 토대로 제작해 보고 착용순서를 제시하였다.
셋째, '보급형 수의'를 문헌과 선행연구 정정완 '갖은 수의'를 활용해 제작 하였다. 제작 시 천연섬유이며 광택이 있고 가벼우며 면 소재 보다 값이 저렴한 인조견 2필을 준비하여 '보급형 수의'를 제작함으로써 형태 및 치수를 규격화·제도화 하였다.
연구결과 정정완 '갖은 수의'를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었고 기법과 양식 면에서 그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 '보급형 수의'도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 새로 제작해 본 '보급형 수의'의 형태와 치수가 복식 전공자들에게 참고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의 상업적 수의 제작 과정에도 반영돼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졌으면 한다. 복식 전공자로서 전통 상·장례와 수의 문화의 현대적 계승에 미력이라도 보탤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