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성폭력피해자가 법정에 피해를 고소한 이후 검찰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검사에 의해 역으로 무고죄 가해자가 된 요인들을 분석한다. 이 연구는 첫째. 성폭력 피해고소인에 대한 무고죄는 법적 절차인 고소를 통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피해자의 의지를 좌절시키고 무력화시킴으로서 침묵하게 하는 기제로 사용되며 둘째.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나 여성주의자들의 반(反)성폭력 운동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셋째. 검사의 기소의견 처리과정에 통제수단이 없어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중요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문제의식이다. 이 논문은 강간죄 고소 이후 역으로 검사에 의해 무고죄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경험과 그 여성들의 소송자료인 수사기록과 문헌 자료를 토대로 하여 진행되었다. 이 논문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무고죄는 검찰수사의 남성 중심적인 '강간죄' 법규와 해석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강간죄 고소에 대한 무고죄는 강간죄 성립여부 조항이 중요한 판단근거로 작용한다. 법적 사실관계 입증이 까다로운 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성폭력이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과 협박을 결여했다고 보아 강간죄 성립을 무효화하고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해 '허위사실의 신고'로 무고죄로 적용하고 있다.
둘째. 수사과정에서 수사관의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무고죄를 적용하는데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성폭력은 동의된 성관계이다'. '여자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는 통념과 통념을 지지하는 젠더화 된 피해자다움과 성폭력 피해와 합의금은 양립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식하지 않고 '행실이 나쁜' 여자로 인식하여 무고죄가 적용된다.
셋째. 검찰 수사과정의 수사처리 절차상 문제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피해자로서 조사받기보다는 검찰측의 무고혐의를 동시에 받으면서 가해자로서 조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의 성적 폭언과 무고죄 고소 협박 등 강압적인 수사가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피해자들은 두려움과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가해자와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소하거나 혹은 허위자백을 함으로써 무고죄가 적용된다.
이렇게 성폭력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고죄의 해당여부를 판단하는 검찰 수사의 관행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성폭력사건의 해결전망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성폭력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법조인들과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여성운동 활동가들의 실천에 함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