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TV를 켜면 언제나 화면을 가득 채우며 나타나는 첨단 기계들의 빠르고 힘이 넘치는 역동적 영상들은 유년기 본인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며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대상들의 강한 이미지들은 어느 순간부터 현실 속 자아와 오버랩 되며 마치 스스로가 그러한 역동적 행위를 하는 주체로써 육체의 한계를 넘어 속도로부터 자유로운 심리적 세계를 창조하는 상상력으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무기력하고 나태했던 현실의 시간 속에서 막연한 동경의 세계로 나의 가슴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본인의 상상속 세계는 조각이란 분야를 시작하며 더 이상 상상 속 에만 존재케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생산물인 그라인더의 스크래치기법을 사용하여 속도의 시각적 효과를 현실화하는 작품으로 시도되었다. 학부 때부터 매력을 느꼈던 무겁고 느릴 수밖에 없는 재료인 돌을 이용하여 역동적이면서도 빠른 기계들을 깎아 들어가며 경험하는 시간들은 작업 행위자체에 대한 인내의 시간을 자청하며 그런 과정들은 동경하던 모든 대상들의 에너지에 들어간 열정과 시간에 대한 존경으로 전이 되었다.
대상을 깎아 들어갈수록 이러한 작업과정은 멈춰있는 형태자체의 재현이 아닌 시간과 공간속의 역동적 힘과 에너지에 관한 본인의 심리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입체화 하는 조형 기법의 사고에 새로운 전환을 갖게 되었다.
작업을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자유로움은 어떤 형태로 표현되어야 하며 강하게 각인된 역동적인 인상들은 막연히 속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닌 그 순간순간의 주변 조건변화도 공간속에서 함께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하며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형태를 벗어나서 심리적 시공간 자체를 표현하는 것으로 과학적 기술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
본인의 이런 경험과 연구를 계기로 현대 미술의 흐름에 있어 위축되고 소외되는 석조각의 고루하고 힘들다는 선입견을 없애며 예술적 위상에 대한 개념이 한층 발전되어 디지로그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형어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인의 상상속 세계의 막연한 동경심은 그동안 석조작품에서의 부동적 무거움, 정지와 엄숙, 권위 등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과학적 시각, 역동적 움직임, 속도, 신체와의 합일성, 열린 공간감등으로 전환시켜 현대조각에서 스틸사진, 깔리그라피, 액션페인팅의 미의식과 연계된다할 수 있다.
속도를 일종의 화석화로 치환시키는 과정들은 본인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다양해진 흐름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품어왔던 각각의 힘과 열정에 대한 순간을 함께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