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대학원 재학 기간 동안 '태움'과 그에 대한 '흔적'을 주제로 연구 제작한 조각 작품의 개념 분석과 제작 과정 그리고 작품의 내용 및 의미에 대한 설명을 연구 내용으로 하고 있다.
태움 즉, 연소한다는 것은 열과 빛을 내며 산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소는 생체의 완만한 산화 반응을 포함한다. 따라서 인간은 존재하기 시작함으로부터 본인의 의식과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를 태우고 산화되어간다. 그리고 이후 모든 에너지를 태우고 산화 되어 마지막 차가운 재로 남았을 때 그 재는 흔적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삶을 뜨겁게 태워간 증거가 된다.
본인은 인간이 스스로를 태워 살아가는 모습을 전자기판을 통해 작품으로 표현한다. 왜냐하면 전자제품 자체는 겉으로 보이는 사회의 외적인 모습으로 번쩍이는 쇼윈도에 전시되며 항상 밝은 이미지로만 우리를 맞이하지만 그 이면에는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전자 기판과 그 부속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판 위의 부속들은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생산되고 밤, 낮 없이 자신을 태워 가며 다른 개체의 작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쉼 없이 작동하던 부속들은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산화되어 까맣게 타버릴 것이다.
본인은 인간의 삶과 전자기판의 목적성의 관계를 낙화의 기법으로 전기인두를 이용하여 캔버스 천을 태워 짓이겨 표현했다. 이는 전자 기판을 만드는 전기인두를 재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유화를 그리기 위해 대량 생산되어 나온 캔버스 천을 한 점씩 태우고 짓눌러 얇고 약하게 만들어 현대 사회 이면의 삶을 일깨우고 있다.
본 논문은 태움과 흔적을 주제로 하여 어떻게 시각적 형태로 전환 시킬 수 있는지를 고찰하고, 적절한 재료를 이용하여 소재가 가지는 이미지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표현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폭넓은 예술적 사유를 갖추며 그에 대한 조형적 탐구를 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