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는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벽으로 둘러쳐진 거주공간은 외부의 위협에서 개인의 신체를 보호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이때 거주공간은 개인의 자아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유리되어 외부의 관찰이나 인지, 개입을 차단해 개인적인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내부의 창을 통해 주체적인 입장으로 외부를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며, 외부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통해 다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도록 한다.
공간은 때로는 타인과 공유되기도 한다. 그럴 때의 공간은 외부와 소통하는 장을 제공하게 된다. 타인과 공유했던 시간의 증거물인 공간을 통해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을 떠올리거나 재구성하고, 이 과정은 삶 속에서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개인으로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 감정들을 형성하기도 하고, 개인의 세계를 더욱 견고히 하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즉, 공간은 누군가가 머물러 있게 하는 수단을 넘어서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개인의 정서, 외부와의 소통을 통한 심리적인 작용 등을 바탕으로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는 장이 되는 것이다.
본인은 공간을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고 공간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이나 내면세계를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건축물 또는 조형물로의 전환을 시도하였고, 시대적 상황과 인간의 본질적 문제 다룸으로써 현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주제로 새로운 조형언어를 발견하고 탐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