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고전주의의 형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내적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예술의 상호 접근과 융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음악에서는 음악 외의 다양한 예술분야를 외적인 요소로 끌어들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문학적인 소재를 음악에 결부시킨 현상으로 이 시기에는 성격소품(Character Piece)이라는 장르가 생겨났다.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 작곡가 중 한사람인 로베르트 슈만(R. Schumann, 1810-1856)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창성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작곡 뿐 아니라 음악 신보(Neue Zeitschrift für Musik)라는 음악잡지를 창간하여 많은 평론을 통해서 진보적인 음악인 발굴등에도 힘을 기울였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특히 낭만문학 작가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이나 리히터(Jean Paul Richter; 1763-1825)의 작품은 그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표제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단순한 형식과 자유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성격소품(Character Piece)의 장르를 확립시키게 되었다.
본 논문의 주제인 「사육제(Carnaval), Op. 9」는 슈만의 대표적인 성격소품으로 '4개의 음표가 만든 작은 풍경' (Scènes mignonnes sur quatre notes)의 부제를 가지며 표제를 가진 20개의 소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곡의 표제들은 독특한 개성과 슈만의 외면적·내면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4개의 음, 즉 ASCH는 지명이자 자신의 이름의 철자에서 인용한 음형으로 이는 곡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20개의 곡을 통일 시키는 요소는 4개의 음(A, S, C, H)의 동기이다. 20개의 곡 中 제8곡 'Réplique'와 제9곡 'Papillions' 사이에 나오는 'Sphinxes'에서 No. 1 (E♭, C, B, A), No. 2 (A♭, C, B), No. 3(A, E♭, C, B)의 세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No. 1 (E♭, C, B, A)과 No. 3 (A, E♭, C, B)은 음의 구성은 동일하지만, 배열이 다르게 나타난다. 20개의 곡 전체에서는 Sphinxes No. 2 와 No. 3 두 가지 유형을 통해 곡전체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제2곡 'Pierrot'부터 제9곡 'Papillions'까지, Sphinxes No. 3의 유형을 사용하고, 후반부는 제19곡 'Pause'를 제외한 제10곡 'A.S.C.H-S.C.H.A'부터 제20곡 'March des David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까지는 Sphinxes No. 2의 유형을 사용하였다. 형식면에서는 제1곡 'Preambule'과 제20곡 'March des David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은 비슷한 자유형식(A-B-C-D-Coda, A-B-C-B'-C' Coda)을 취하고 있다. 제1곡 'Preambule'의 Vivo부분을 제19곡 'Pause'에 그대로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주는 순환기법의 형식을 사용하였다. 또 조성면에서 보면, 곡 전체에 걸쳐서 상행과 하행하는 3도와 5도의 관계조 (Relative key)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곡의 전반부는 B♭장조와 관계단조인 g단조를 사용하며, 리듬면에서는 8분음표와 4분음표 음가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곡의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A♭장조와 관계단조인 f단조를 사용하고, 16분음표의 빠른음가들의 구성으로 곡의 활기를 주고 있다. 전체의 곡들은 이들 Sphinxes의 음의 유형을 공통적으로 내포하며 조성간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이루어, 독립된 각 소품들을 연결시킨다.
이 밖에 반음계의 선율 진행, 다양한 리듬, 악센트나 잦은 스포르짠도의 사용, 당김음 등은 각 곡의 표제를 묘사하고 있으며 슈만의 특징들을 잘 나타내는 성격소품의 대표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