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방송계는 좀 더 사실적이고 극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업들이 하나의 신드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사회전반적인 분야는 물론 방송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가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진정성의 등장은 현재 우리 사회에 진정성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실종된 진정성을 찾고자 하는 요구가 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요구는 삶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지와 공적인 참여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방송의 여러 장르 중 진정성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는 다큐멘터리 장르에 기회이자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중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장수 프로그램인 휴먼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방송의 진정성에 대해 확인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인간극장〉을 이끄는 코드인 '희망'을 중심으로 롤랑바르트(Roland Barthes)의 '신화이론'을 통해 〈인간극장〉의 이데올로기 신화를 밝혀내고, 이를 위해 그레마스(Algirdas-Julian Greimas)의 구조 기호학적 분석틀을 적용시켜 표층과 심층의 의미작용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하고자 하였다.
올해로 11년이 되는 〈인간극장〉은 2009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계속되는 시청률 하락으로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서 아침 시간대로 편성까지 바뀌게 되면서 방송의 질보다는 시청률에 더 연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 10주년을 맞은 〈인간극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10주년 기획 다시보고 싶은 인간극장〉을 제작하였고, 2009년 5월 3일부터 21일까지, 5부작으로 '소문난 네쌍둥이 그 후', '장은주 전성시대 그 후', '김길수의 난(亂) 그 후' 총 세 편의 내용이 방송되었다.
본 연구는 〈인간극장〉이 당시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직시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조작적 기제와 당시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저출산', '꿈의 상실', '내 집 마련', '가족의 위기'라는 현상적 주제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극장〉 주인공들은 사회적 문제를 책임지고 실천해가는 이데올로기의 선구자 즉 영웅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극장〉안에서 제 모습을 감춘 이데올로기는 '희망', '해결', '가치', '영웅',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대중문화신화를 만들어냈다. 11년이란 시간 동안 반복적인 패턴 속에 주인공만을 바꾸어 가며 동일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인간극장〉은 오늘도 여전히 전파를 통해 사회가 감당해야할 문제를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신화를 만들어내고 주지시키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양날의 칼을 가진 우리 사회가 정부와 권력, 광고주와 돈에 대해 지배당하지 않고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사용되는 미디어에 대한 관찰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게는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관용의 시선을 풀고 분별의 시선을 가져야만 방송이 선전의 도구가 아닌 공익적 이익의 대변자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