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는 '꿈'의 공간이다. TV, 만화, 영화, 소설 등 2차원 평면에 머물러있던 멋진 주인공과 재미있는 스토리가 3차원 공간으로 구체화되면서, 그들과 함께 '재미와 감동'의 스토리에 빠져들면서 '추억'을 만들어가고, '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을 안고 돌아오는, 평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꿈'이 실현되는 장소이다. 그래서 테마파크를 방문하기 전에는 '설렘'이 있어야 하고, 돌아온 뒤에는 그곳에서 느꼈던 즐거움과 추억 때문에 '또 가야지'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하지만 전남 장성에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또 좋아하는 '홍길동'을 테마로 한 '홍길동 테마파크'는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벅찬 기대를 안고 방문하지만, 평소에 알고 있던 '홍길동'과는 너무나 다른 캐릭터, 등산로처럼 올라가는 불편한 동선 구조, '재미와 감동'을 찾아볼 수 없는 부실한 콘텐츠 등 때문에 방문객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실망하면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장성군이 추진한 영화, 뮤지컬, 온라인 게임 등의 문화 사업은 총체적인 실패를 거듭하면서, 수 백 년 동안 '홍길동'이 쌓아왔던 킬러콘텐츠로서의 명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자칫 문화콘텐츠로서의 명맥까지 끊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홍길동'이 이렇게 위기에 처한 이유는 첫째, 테마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장성 출신의 '실존인물 홍길동'인지, 허균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인물 홍길동'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테마파크와 문화콘텐츠가 혼란에 빠지면서 부실해진 것이다.
둘째, 추진주체가 장성군이라는 행정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홍길동'이 대항했던 불합리한 신분제도와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권력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미지의 역설'을 낳으면서 거부감이 들게 된다. 또한 행정기관이 가지고 있는 경직성과 소극성은 섬세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탄력성과 적극성을 요하는 문화 사업과 본질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홍길동 테마파크와 문화 사업이 전체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셋째, 이미지가 악화되었고,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테마파크와 문화 사업의 거듭된 실패로 장성군의 이미지가 악화되었고, 실망한 지역주민들이 '홍길동'과 지역 문화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홍길동 테마파크가 활성화되고, 홍길동 콘텐츠가 킬러콘텐츠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테마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실존인물 홍길동'과 '가상인물 홍길동' 모두를 아우르면 좋겠지만, 양자 중에서 굳이 선택을 한다면, 허균의 소설 '홍길동 전'과 수많은 아류작에 등장했던 '가상인물 홍길동'이 더 적합하다. 실존인물은 상상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화콘텐츠의 소재로서는 부적합하다.
이렇게 테마를 설정한 뒤에, 테마를 구체화하는 콘텐츠로 테마파크의 시설물과 조형물 등을 설치·보완하고, 테마에 어울리는 이벤트 등의 프로그램을 갖추는 한편, 폭넓은 계층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육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다 전문적인 기관들이 '홍길동' 문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호간에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를 낼 수 있도록 '홍길동 타운'을 건설하여 각 단체가 긴밀하게 연결된 '홍길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집대성한 '홍길동 아카이브(archive)'를 설치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색·창작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홍길동'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문화수도·문화관광'을 지향하는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육성하는 동시에, 장래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글로벌 킬러콘텐츠'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