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경제, 문화 등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와 정보화에 의해 다원주의 가치관이 형성되었으며, 개인의 가치를 공동의 가치보다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식 변화에 따라 도시환경 또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은 점차 축소되었고, 공동체 의식도 약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점차 개인보다는 공동체라는 집단의식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사회 전반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건축에서 공공성 확보의 실질적 목표는 체류성(滯留性)높은 건축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체류성, 즉 '머무름'의 증가가 공공의 형성과 동일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개연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라는 점은 부인 할 수 없다. 건축의 공공성을 통해 '체류성'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는 최근 현대 상점 건축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플래그쉽 스토어의 공간 구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그 주된 이유는 플래그쉽 스토어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히 상품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과의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을 전략적 요소로 활용하여 고객의 체류성을 높이는 것으로써 달성 될 수 있다.
플래그쉽 스토어는 이제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을 유도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매장에 체류하는 시간을 연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높이고 매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플래그쉽 스토어는 다양한 기능을 통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만남의장소'로 재해석 되어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플래그쉽 스토어의 공간 구성 경향들이 앞에서 말한 '공공성'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보고, 플래그쉽 스토어의 공공성 구축 요소를 추출하여 그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먼저, 선행연구 및 문헌 조사를 통해 현대 건축에 나타난 공공성 개념과 특성을 고찰한 후, 최근 플래그쉽 스토어의 공간 구성 경향과 표현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플래그쉽 스토어에 나타난 공간의 공공성 구축 요소를 추출하여 그 특성을 체계화하였고, 사례 분석을 통해 추출된 요소의 구체적인 적용가능성을 검증해 보았다.
현대 플래그쉽 스토어의 공간 구성과 디자인 표현 양상은 기존 판매중심의 매장과 차별화된 다음과 같은 새로운 변화들을 드러낸다.
첫째, 공간 구성 측면으로는 옥외 공연 및 전시공간, 주변부의 환경 및 녹지시설 등을 통해 샵 내부로의 자연스러운 유입을 유도하는 공간을 설치하여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외부와의 연결 공간 구성', 기존 파사드에만 집중된 쇼윈도우 디스플레이 공간을 내부 전체로 확대하고 외부에서 내부의 모든 공간이 다 보이도록 하여 개방성을 강조하는 '쇼윈도우 디스플레이 공간 확대', 상품과 관련된 서비스 제공과 파사상품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각종 퍼블리시티 시설을 통해 고객에게 편리성을 제공함으로써 장시간 점내에 머물게 하기 위한 '서비스 공간의 확대', 다양한 문화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상업적 프로그램과 다양한 공간프로그램들을 결합시켜 고객과 사회와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보 및 문화공간 구성',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자연과 도시적 맥락, 그리고 역사적 틀 등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하는 '지역 특성의 반영' 등이 있다.
둘째, 디자인 표현 양상으로는 파사드를 단순히 내부 공간을 덮는 외피기능 외에 상징성과 정보를 전달하는 적극적 매체로 활용하고자 하는 파사드의 상징적 표현'과 투명한 소재의 사용, 재료의 중첩을 통해 시선의 흐름을 이끌어 물리적, 시각적인 개방성을 표현하고 있는 '투명성을 통한 공간의 개방적 표현', 내·외부가 동시에 인지되고 고객의 시선을 유도하여 매장 내부로 유인하게 되는 '비정형적 공간디자인', 브랜드 전략의 창의적 재해석으로 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 했으며,특히 실내공간의 구성 자체가 보다 다양하고 선택적인 디스플레이가 가능한 '재료를 이용한 브랜드 이미지 표현'등이 있다.
이러한 공간디자인 변화 경향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플래그쉽 스토어에서는 단지 시지각적으로 노출된 판매 공간뿐만 아니라 고객의 체험 공간, 휴식 공간, 이벤트 공간 등과 함께 브랜드 문화와 가치 등을 고객들에게 각인 시킬 수 있는 차별적인 공간으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소비공간을 넘어서 문화 공간, 체험공간을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 구성 경향은 특히 사회적인 측면에서 소비자를 배려하는 문화적 가치를 지니는 열린 공간이자 공공 공간을 지향하는 공간 특성을 드러낸다.
이는 앞서 설명한 공공성의 건축적 구현에 있어 가장 큰 실천적 요소인 '체류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현대 건축에서 공공성은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져 더 이상 공공공간에만 한정되지 않고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점 공간인 플래그쉽 스토어에서도 이러한 구체적인 건축적 공간 구현을 통해 체류성을 획득함으로써 공공의 관계를 형성하고 활성화시키려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즉, 현대 플래그쉽 스토어에서는 공공성의 요소인 개방성, 연계성, 접근성을 높여 고객의 자연스러운 유입과 접근을 유도하고 교류성, 편리성, 연속성을 높여 사회와 개인, 고객과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다양한 고객 편의시설을 통해 매장 내 머무르는 시간을 증가시키며, 상징성, 지역성 등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취시켜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향상 및 매출 증대를 의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