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는 역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며 현재까지도 청산과 회복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족적 주체성을 잃게 했던 잔재는 청산하고 회복해야 하지만 그 당시 생활했던 공간마저 지우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역사를 지우고 회복하는 것도 시행착오를 겪는 역사의 일부이겠지만 회복이든 복원이든 삭제든 대상물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엇도 가능하지 않다. 근대건축물을 찾다보면 그저 단순히 오래된 건물처럼만 느껴지던 건물들이 역사적 사건의 장소이며 그에 따라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보존방법이 아쉬울 때가 많다. 또한 과거의 사진 속 아름다웠던 건축물들을 보면 지금의 도시 모습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도시를 볼 수 있고 그 당시의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장소의 '터' 라는 의미를 중요시하며,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장소의 중요성을 뿌리 깊게 인식하고 있다. 그 전에 누가 살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아직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느 장소에서 삶을 영위하느냐는 어떠한 인생을 사느냐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였다. 그 당시 그곳에서 무슨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어떤 사람들이 생활했는지에 관해 우연히라도 알게 된다면 많은 관심을 쏟지만, 지금 현대에 와서는 전혀 남아있지 않은 흔적에 의해 아무런 관심을 가질 수 없고 역사는 책에서만 국한되어 배우고 있다. 장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가 한 민족의 민족성과 삶의 방식을 결정하듯이 빠른 개발과 철거가 이루어지는 것도 한 장소에 대한 애착이 부족하고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현대적 도시에서 이동과 집합, 해체와 철거는 당연한 행태이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기에 도시민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진과 스마트 기기들을 통해 사람들은 근대의 역사적 사건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자료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 반면 근대건축의 흔적은 점점 미미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가는 근대의 역사적 기록들을 보호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 연구는 현재 종로와 정동에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든 건축물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어 중구와 종로구의 근대 건축물들의 유형을 시기별, 용도별로 분류하고 현재의 보존 상태에 따라 원형이 보존된 건축물, 개보수를 통한 재활용 중인 건축물, 철거된 건축물로 정리하였다. 근대 건축물들의 안내 사인과 표석 등을 조사하여 분석하였고, 그 결과 철거되어 신축된 건축물들에서 그 이전의 장소성에 관한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에 따라 공공디자인의 적용 방법을 모색하여 근대 문화재에 대한 환기를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예시로 철거된 건축물을 선정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다른 건축물들에도 다각도로 적용이 가능하도록 제시하였다.
이렇듯 공간적, 시간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근대역사에 대한 접근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다층적이고 풍부한 도시의 역사 이야기가 살아 숨 쉬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