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유네스코가 그 창설단계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시기까지 인권 및 인권교육 문제에 분명한 책무를 가진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그러한 의제가 실천적 차원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의 창설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인권교육 의제를 3개의 발전단계에 따라 분석하고, 유네스코의 오늘날 주요 교육정책방향을 간략하게 살핀 후, 사례분석으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교육정책 현황과 한국사회의 인권교육 현안을 차례로 검토하여 이에 대한 함의를 고찰하였다.
본 연구는 유네스코의 교육정책 방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권고문, 선언, 행동계획과 같은 문서를 중심으로 그 특징과 함의를 파악하고 당대의 경제사회적 조건에 따라 교육정책 변화의 요인을 고찰하여 기본적 교육권 수호 노력과 교육체제의 양적팽창이 두드러지는 1기(1948~1970년대 초), 사회경제적 조건의 반영을 통해 교육권이 질적으로 확장되는 2기(1970년대 초반~1990년대 초반), '인권교육'이 정책화되는 3기(1990년대 중반~현재)로 구분하고 마지막 3기는 본격적인 인권교육 논의가 시작되는 시기와 중장기적으로 인권교육을 계획하는 시기로 세분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1기에는 2차 대전 이후 피폐한 사회기반과 냉전 상황, 식민지 해방 후 국가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국가들의 관심사의 특성상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의 교육권 관련 활동이란 교육체제의 확립과 학교교육의 확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유엔이나 유네스코 차원에서는 교육권 수호 정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정책의 차원에서는 세계인권선언 26조의 교육권이 인권교육으로 발전되는 초기 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면서 유네스코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교육권 실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세계인권선언 26조의 언설적 차원에만 중점을 두는 제한된 해석 틀을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한 시각에서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2기를 맞게 된다. 특히 유네스코의 1974년 권고문은 90년대에 본격적으로 인권교육 논의가 시작 될 때 세계인권선언과 90년대의 인권교육 정책의 흐름을 잇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7,80년대의 지정학적 세력 변화와 점차 심화되어가는 국가 및 지역 간 빈부격차로 인해, 1990년 유네스코는 급변하는 세계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응전하는 인간을 육성하기 위하여 교육기회의 확대와 문해율 향상에 중점을 두는 모두를 위한 교육(EFA) 선언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90년대의 전반적인 경향은 그러한 부분을 점차로 넘어서고 있었다. 경기침체, 경제 불평등, 난민문제와 같은 전지구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한 목소리로 교육에서의 평화, 인권, 민주주의 개념을 강조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전보다 확장된 합의의 틀 위에서 인권교육에 대한 논의가 발전되기 시작됨에 따라 인권교육 발전의 3기가 열리게 된다.
90년대 중반이 되면 인권교육은 유네스코만의 책무가 아닌 유엔 전체의 계획이 되며, 유엔 인권교육 10년(1995-2004), 제1차 세계인권교육프로그램(2005-2009), 제2차 세계인권교육프로그램을 차례로 발전시키게 된다. 여기에서 유네스코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과 인권센터가 담당하는 인권교육10년(1995-2004)에서 이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계발, 실행, 평가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그 후 시작된 1,2차 세계인권교육프로그램에서는 개별적 차원의 국가 및 학교 인권교육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유네스코의 인권교육 의제가 국가적, 지역적 차원의 정책으로 드러난 바를 보면 모두를 위한 교육(EFA)과 지속가능발전교육에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며, 이는 유네스코의 실천적 차원의 정책이 사실상 90년대 이전 교육권논의의 심화시기, 혹은 인권교육정책의 맹아시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한국의 인권교육 현안을 대표적 사례로 택하여 차례로 살펴봄으로써 유네스코의 인권교육 책무가 해당 국가의 인권교육 현실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향식 접근과 상향식 접근이 모두 요구된다. 먼저, 오늘날 유네스코가 현재 진행 중인 유엔의 세계인권교육프로그램에서의 핵심적인 협력자로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국가위원회 및 지역사무소 교육부문에서의 기본적인 방침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또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나 지역사무소 역시 본부의 교육방침을 따르면서도 그 세부활동과 방향에 있어서는 해당 국가의 인권교육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