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인종주의로 호명(interpellation)하고 그 원인과 현상을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기존 학계의 인종주의 연구는 피부색의 차이에 기초하여 '백인종 대 타 인종', '타 인종 대 타 인종' 유형의 인종주의에 국한하여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피부색에서 차이가 없는 '동일인종 대 동일인종' 유형의 인종주의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연유(緣由)로 인종주의적 혐의를 갖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단지 "피부색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인종주의 대신 경제주의, 계급 또는 민족주의, 외국인혐오(xenophobia) 등의 틀 정도로 분석을 시도할 뿐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의 지형에서 '동일인종' 내 인종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세우고, 그 이론적 틀을 통해 한국 사회 내에 그것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의 원인과 현상을 밝힘으로써 "피부색이 동일하여도" 인종주의가 성립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론이다.
연구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사회의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기존의 인종과 민족의 갈등관계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검토한 후 필요한 이론들을 결부하여 동일인종 내 인종주의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통합적 틀을 구축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사회의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사회심리, 사회문화, 정치경제, 법제도 등 다층적 요인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한국사회의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의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 재한한족유학생과의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심층면접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재한한족 유학생들이 차별을 겪는 삶의 자리는 일상, 노동현장, 학교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그들에 대한 인종주의는 가시적 영역에서 비가시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구자의 머릿속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나는 인종주의를 연구하는가?" 이것은 연구의 당위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대략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방치해두어도 될 사안들을 고집스럽게도 인종이라는 틀(Frame)로 보려는 노력은 다음과 같다. "인종주의는 언제까지나 인종주의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인종주의는 점점 그 모습을 교묘히 감추고 있지만, 신대륙에서 자행되었던 야만적 행위인 아프리카 노예제부터 시작하여 아메리카의 원주민학살, 전 간기(interwar period)에 있었던 나치의 유대인학살, 일본의 중국에 대한 남경대학살, 조선인의 중국인에 대한 만보산 학살, 보스니아 학살, 최근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총격사건 등, 집단학살(genocide)을 가능케 했던 전제였다. 인류를 각각의 다른 인종으로 구분해서 보려는 시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인종주의는 앞으로도 역사 속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는 허구인 인종주의가 실제인 이성보다 언제나 더 많은 설득력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종주의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지성의 책임이자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