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지역이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풀뿌리여성운동과 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이 일으키는 여성주의적 변화의 흐름을 여성주의 시민성의 정치로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풀뿌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주민운동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중 대다수는 여성들의 참여이다. 여성들에게 지역은 먹고, 자고,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며, 이웃과의 일상적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단지 행정구역으로서의 의미만이 아닌 사회적 행위의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 많은 여성들이 풀뿌리여성운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고 있으며, 이들은 곧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역사회를 여성주의적으로 변화시켜낼 수 있는 시민성을 지닌 주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사례로서 대전 중구 중촌동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 주체들이 여성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풀뿌리여성운동에 참여하면서 겪게 되는 변화과정을 여성주의 시민성의 발현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여성주의 시민성의 발현은 참여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을 여성주의적 주체로 인식하게 하면서 비가시화 되었던 시민적 역량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낸다. 또한 공/사 이분틀에 의해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돌봄이라는 가치를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는 경험은 여성이 지역사회 한 주체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경험이 된다. 이는 곧 지역사회를 여성주의적으로 변화시켜내는 지역 내 사회자본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풀뿌리여성운동을 통한 여성주의 시민성의 확장이라는 측면을 분석하기 위한 담론을 다섯 가지로 구성해 보았다. 그 내용으로는 첫째 상호 '보살핌을 기초로 한 여성주의적 관계성의 사회적 확장, 둘째 공/사 구분을 넘어 여성주의 공공성의 가치로, 셋째 여성주의 주체와 리더십, 넷째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한 여성주의 정치 기획, 다섯째 지구시민사회의 여성주의 시민성의 인식과 실천이다.
이러한 담론을 기반으로 하여 대전여민회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풀뿌리여성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심층면접 내용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여성들은 풀뿌리여성운동에 참여하면서 가장 먼저 여성주의 시민적 주체로서 자기를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엄마로서 살아왔던 자신의 삶에서 자기 이름 석 자로 호명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여성주의를 통해서 자신의 삶의 과정을 여성으로서 느끼는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둘째, 풀뿌리여성운동은 서로간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 여성들의 상호 보살핌 공동체를 지향하며 돌봄과 나눔이라는 여성주의 보살핌의 가치를 중시한다. 활동을 통해 돌봄과 나눔이라는 가치의 일상적 실천과 이를 사회적 가치로 확장시켜냄으로서 여성주의 임파워먼트의 돌봄과 나눔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다.
셋째, 여성들은 풀뿌리여성운동을 통해 마을을 변화시키는 여성주의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풀뿌리여성운동은 여성주의 주체를 중시하며 따라서 여성들을 여성주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에 중요한 목적을 갖는 운동이다. 여성들은 기존의 가부장적 지배질서에서 강조하는 리더십이 아닌 여성주의적 관점이 반영된 여성주의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통해 마을 주민에서 여성주의 리더로 성장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넷째, 풀뿌리여성운동의 과정은 생활세계로부터 출발하는 여성주의 정치의 실현과정으로 여성들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생활세계와 정치의 문제를 연결하는 생활정치의 주체로 성장한다. 여성들은 자신과는 무관하게 여기던 정치를 풀뿌리여성운동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생활정치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또한 정치라는 공적영역이 자신이 사적인 부분으로만 여기던 생활과의 연결지점을 찾으면서 정치적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정치의 적극적인 참여가 자신의 생활과 사회를 변화시켜 낼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정치적 주체로서 성장하게 된다.
다섯째, 지구화시대 지역은 단순히 지역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화라는 현상은 지역 여성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풀뿌리여성 운동은 지구화의 영향아래 놓여 있는 지역의 여성들의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본 연구는 여성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전여민회라는 여성단체가 대전이라는 지역에서 1998년부터 15년간 추진한 풀뿌리여성운동의 과정과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변화를 살펴본 것으로 의의가 있다. 여성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풀뿌리여성운동에서 여성주의 시민성의 확장이라는 특성을 발견하고, 그 사례로서 대전여민회 활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마을을 변화시켜가는 주체로, 여성운동의 주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살펴본 것은 이후 지역 여성운동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