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하이데거의 공포와 불안 개념의 구조적 성격을 현존재의 자기성과 연관 지어 연구해 봄으로써, 공포와 불안이 어떠한 기분인지, 그리고 인간 현존재가 공포와 불안이라는 기분 속에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한 공포와 불안으로의 이행에서 어떤 의미가 도출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행의 과정을 통해 하이데거가 어떻게 자기만의 새로운 자기성 개념을 정립시키고 있는지도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현존재는 공포의 기분에서 본래적인 자기성을 상실하고, 불안이라는 근본기분에서 본래적인 자기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존재의 자기 상실에서 자기 확인으로의 여정은 바깥의 사유라는 관점을 통해 정초된다.
먼저 본 논문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현존재의 자기 개념을 분석하기에 앞서, 근대철학의 자기 개념을 확립한 데카르트의 자기 개념을 비판한다. 이 비판을 통해 하이데거만의 새로운 자기 개념인 현존재의 실존론적 자기 개념이 정립된다.
이 실존론적 자기 개념을 기반으로 논문은 하이데거의 기분 개념에 대한 분석으로 나아간다. 하이데거의 기분 개념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공포와 불안 개념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살피고, 자기 존재 상실로서의 공포와 자기 존재 확인으로서의 불안이라는 관점에서 공포와 불안 개념을 분석한다. 죽음의 확실성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현존재는 자신의 존재 가능을 망각하는데, 이것이 현존재의 자기 상실, 즉 현존재의 비본래성이다. 이에 반해 불안 속에서 현존재는 자기 자신을 되찾아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데, 이것이 현존재의 본래성이다. 이처럼 하이데거는 공포에서 불안 개념으로의 이행을 현존재의 자기 상실에서 자기 확인이라는 여정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 여정은 순간 속에서 일어나는 결단을 통해 가능하다고 상정하는데, 바깥의 사유라는 관점을 통해 이 여정을 설명한다.
불안 속에서 현존재의 죽음의 경험은 현존재가 죽음으로의 선구를 통해 가능한 경험이다. 현존재가 죽음으로 앞질러 달려가보는 결단을 통해, 현존재 자신의 바깥에서 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능성, 즉 결코 현재화될 수 없는 열려진 도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존재가 현존재 바깥의 가능성들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바깥의 사유이다.
하이데거의 공포와 불안 개념에 대한 연구는 바깥의 사유를 도출시키기 위한 여정이다. 현존재는 바깥의 사유로 인해 현존재 자신의 존재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깥의 사유는 이성적 사유에 의한 확실성으로 인해 금지된 이성 바깥의 존재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하이데거는 바깥을 사유함으로써 현존재가 존재의 진리로 향하게 만드는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한다. 하이데거의 바깥의 사유로 인해 인간 현존재는 미래를 향해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된다. 즉, 바깥의 사유로 인해 인간 현존재는 이루어지지 않은 가능성을 희망하며,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서진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공포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혼란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가능성으로서의 희망이다. 따라서 희망은 공포의 반대이다. 이 희망을 꿈꾸기 위해 인간 현존재는 자기 스스로 참되게 존재하기를 원하게 된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가능성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이 현재를 살고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희망이 바깥의 사유로 인해 가능해질 수 있다고 하이데거가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