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 자신이 태어난 것을 후회하며 심지어 자신의 생일을 저주하기까지 하는 매우 이례적인 본문들이 있다. 바로 이른 바 예레미야의 다섯 번째 고백록(예레 20,14-18)과 욥기 3장(3,3-12)이다. 왜 두 본문의 주인공들은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인 생명의 탄생을 후회하고 저주하고 있는 것일까?
학자들은 두 본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피셔(G. Fischer)는 예레미야의 고백록과 욥기 3장은 공통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실상 두 본문의 연관성에 대하여 언급한다는 것이 하나의 가설이기는 하지만 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두 본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본 논문은 시대적 배경, 구조 및 내용적 분석 그리고 신학적 이해 측면에서 두 본문을 주로 역사비평과 문학비평적 방법을 사용하여 문헌적 관련성을 밝히고 두 본문의 저작시기와 출전문제를 추정하면서 그 당시의 사회현상(삶의 자리)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개인 탄식 시편 장르와 비슷한 고백록과 욥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구조는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고백록이 비교적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욥기의 언어는 훨씬 완곡하고 다듬은 표현을 사용하였다. 욥기의 저자가 고백록을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욥기가 문헌상 고백록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두 본문의 독백은 유배 후기 내지 유배 이후(주전 520-400년)의 이스라엘의 상황과 관계가 있다. 계속되는 외국의 지배하에 모든 것을 잃은 하느님의 백성은 불경건한 출세자들의 등장과 함께 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태어난 날을 저주하면서 "과연 하느님이 계시기는 한 것일까?" 하고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예레미야와 욥의 문제는 의인도 고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과응보사고와 신명기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이런 것들을 초월하시는 하느님의 권능과 자유를 확인시켜 준다. 하느님만이 자신들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신뢰가 하느님을 향한 탄원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난으로 휩싸였던 예언자와 욥의 삶은 후대에 죄가 없음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모든 의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