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영과 육의통일체로 이해되어져야 할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이분법적 사고 아래 몸은 영에 비해 평가절하 당하였으며 데카르트 이후에는 완전히 수단화되기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현대의 인간은 진리보다 윤리적 자율성을 우선하려는 윤리적 상대주의를 보이며 인간실존의 기본 토대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지만 불안감과 인간 실존의 위기를 인식하며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참된 행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런 실존의 위기에 놓인 '인간' 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교황직의 소명에 인간의 존엄성을 각성하게 만들라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며 재임기간 동안 인격주의와 사랑의 인간학적 위대함을 강조하셨다. 특별히 그는 일반 알현, 곧 '수요교리' 를 통해 '적합한 인간학(adequate anthropology)' 에 대해 가르치며 보편교회의 가정과 인간의 삶을 사목적으로 돌보는 것을 실질적으로 추진하였다. 이것이 일명 '몸의 신학(theology of the body)' 으로 불리우는데 이는 인간의 몸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인간 존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며 인간의 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언급이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요한 바오로의 가르침은 세 폭 제단화(triptych)에 비교되는 그리스도의 세 말씀을 따라간다. 첫째 말씀은 '원초적 인간(original man)' 에 관한 내용으로 인간의 사랑에 관한 하느님의 본래 계획에 관한 '한 처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바로 인간의 원초적 체험-원초적 고독(original solitude), 원초적 일치(original unity), 원초적 벌거벗음(original nakedness)의 경험-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보편적 진리가 인간의 존재 방식과 삶의 길을 제시한다고 보았다.
둘째 말씀은 '역사적 인간(historical man)' 으로 현재를 포함하여 타락에서 부활까지의 인류 역사에 해당한다. 남성과 여성이 역사 안에서 체험하는 구체화된 실체와 성적 욕망을 성찰하는데 '마음으로' 범한 욕정과 간음에 관해서 설명하는 산상설교로부터 시작한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사랑의 본질과 성윤리를 밝혀줄 수 있는 결정적인 빛을 준다.
마지막은 '종말론적 인간(eschatological man)' 에 관한 내용으로 하느님의 자녀인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며 미래 부활과 지복직관으로 이루어질 인간 삶의 결정적 완성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종말론적인 시각에서 볼 때 동정생활은 혼인의 표징 안에서 이루어지는 실현과는 구별되는 혼인적 의미의 실현으로, 포기의 신비 안에서 종말에 이루어질 결정적 형태에 미리 참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또한 교회의 삶 안에서 혼인과 동정성의 상호적 보완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요한 바오로가 강조하는 바는 우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으로 창조하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를 당신의 모습대로,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이는 성적 존재인 인간의 몸이 하느님의 모상성을 지니고 있음을, 곧 성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남자와 여자는 한 몸을 이루어 인격의 완성에 이르게 된다. 또 남자와 여자는 이 결합을 통해 출산이라는 자연의 질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주체성을 제대로 발휘하여 이 근원적인 진리를 따라감으로써만 진정한 발전과 행복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이 진리를 떠나 주체성을 남용할 때 인간은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속박만이 자신을 옥죄어들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질서 안에서만이 인간이 지닌 인격의 존엄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하느님이 인간 본성 안에 깊이 새겨준 부르심에 응답할 때 완전한 자기실현을 이루며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먼저 자연을 수단화하기를 극대화하고 이젠 인간의 몸을 수단화하며 여러 가지 진리들을 왜곡시키며 스스로를 소외시키기에 이른 인간은 인격과 분리될 수 없는 인간의 몸을 인격적 존엄성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위대한 하느님의 모상이지만 그의 피조물로써 부르심에 초대받은 협력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랑으로 창조된 인간은 사랑해야 할 소명이 있는데 그 사랑은 자기를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 곧 희생과 책임이 뒤따르는 사랑일 때 인격적인 사랑, 참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혼인의 신비에 대한 요한 바오로의 가르침을 통해 이러한 인간에 대한 깊은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살아있는 에토스(ethos)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