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공동체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아직 예수의 재림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에 놓여 있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성전과 율법에 대한 신학과 이방선교에 대한 구성원들 간의 견해 차이는 내부적 갈등을 일으켰다. 이처럼 구원이 실현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간격을 가진 공동체의 한계를 통해 저자 루카는 새로운 구원론을 확립하고 이를 소개하며 신앙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루카 복음서에서 예루살렘을 향한 예수의 여정은 구원의 최종 목표지로서 완성이나 종결로 해석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사도행전은 주님의 제자들의 활동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되어 이방인들의 나라로 이어짐을 소개한다. 스테파노 설교는 루카가 두 권의 책을 통해 의도한 신학이 잘 연결되도록 제공된 문학적 상황 하에서 효과적으로 읽혀질 수 있다. 즉 스테파노 설교는 예루살렘이라는 공간과 믿음의 조상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매개로 구성되었다. 루카는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 발생한 상황을 통해 스테파노를 등장시키고, 그에게 설교의 기회를 제공한다. 스테파노를 매우 믿을만한 사람으로 소개되며, 그의 설교는 구약성서를 인용함으로써 신뢰성이 더 배가된다. 율법과 성전 모독죄에 대한 그의 변론은 개인적이기 보다는 하느님의 구원 활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이해를 제공한다. 스테파노의 긴 설교를 간추려 본다면 다음과 같다. 스테파노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하느님의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한다. 그는 아브라함과 하느님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이 필리스티아로 제한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에게 약속하신 땅과 약속의 대상 또한 그 한계를 거부한다. 성전이 지어지기 전부터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만나 주셨고,그들 또한 하느님을 경배했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느님이 보내주신 지도자들을 배척해 왔다. 요셉을, 모세에게도 그리고 다른 예언자들도 그렇게 대했다.결국은 자신들이 고대하던 메시아이신 예수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유다인들의 배신의 역사 속에서도 하느님은 당신의 계획을 완성하려 일하셨음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과 같이 배척받고 순교하는 스테파노는 부활하여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을 본다.
설교는 그들이 가능성을 두지 않았던 공간과 대상, 즉 이방지역과 이방 그리스도인들도 언약 백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제시한다. 동시에 역사의 회고를 통해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또한 가능한 시간이라는 구원의 현재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스테파노의 설교를 통해 저자 루카는 자신의 공동체가 처한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며 구원을 희망하도록 초대한다. 과거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느님의 섭리는 각 개인과 공동체의 고난 속에서도 계속적으로 실현된다. 따라서 거룩한 백성으로 초대된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현재에서도 기억과 희망으로 하느님 구원사의 실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