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性)은 선천적 성인 섹스(sex)와 후천적 성인 젠더(gender)로 나누어진다. 젠더는 사회적 성으로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형성되고 이를 구성하는 젠더 정체성 역시 동일한 요소에 의해 구성되고 변화되는 특질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은 근대에서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진 고정적인 형태였고 현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 해체되기 시작하였으며 디지털시대에 들어서는 혼성이 중요한 담론으로 등장함에 따라 수평적 성에 의한 보다 동등한 위치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게 되었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의 특성인 가변성, 유동성, 상호작용성, 무경계성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젠더인 네오젠더가 출현하였다. 네오젠더란 생물학적으로 나누어진 성 구분 및 전통적인 사회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 젠더의 형태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가 성장기에 접어든 2000년도 이후의 디지털사회·문화의 특성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성 구조를 해체하고 양성의 광범위한 다양성을 포괄하는 새로운 유형이다.
본 연구자는 위 정의에 따라 네오젠더의 정체성을 영웅적 남성성,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통합한 양성성, 동성성, 중성성 4가지의 형태로 분류하였다. 영웅적 남성성은 남성성의 강화라는 특성을 가지며 네오마초, 레트로섹슈얼, 위버섹슈얼로 나누어지고, 양성성은 여성성의 긍정적인 통합이라는 특성을 가지며 메트로섹슈얼 & 테크노섹슈얼, 크로스섹슈얼, 이모보이, 개스트로섹슈얼 & 엠니스로 나누어진다. 성 개념의 일탈을 특징으로 하는 동성성은 호모섹슈얼리즘과 드랙으로 나누어지고 성 개념의 해체의 특성을 갖는 중성성은 논섹슈얼 & 젠더리스, 사이보그로 나누어진다.
본 연구는 변화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른 전통적인 젠더부터 네오젠더라 명명된 현재의 젠더 개념 및 정체성을 고찰하고 현대 남성 패션에 표현되는 디자인 분석을 통해 네오젠더를 구성하는 여러 유형에 대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젠더에 대한 이론과 이를 표현하는 트렌드 및 디자인의 발전 방향을 예측할 토대를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본 연구는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로 진행되었으며 네오젠더의 유형에 따라 적용된 남성패션의 디자인 요소를 분석하기 위하여,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도래된 2000년 이후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 남성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분석하였다.
남성성에 포함되는 네오마초, 레트로섹슈얼, 위버섹슈얼은 전체적으로 헐렁한 H실루엣이고 가죽과 데님 등 거친 느낌의 소재와 블랙, 그레이, 다크 네이비 등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컬러를 사용함으로써 영웅적 남성성을 표현했다. 양성성에 포함되는 메트로섹슈얼, 테크노섹슈얼, 크로스섹슈얼, 이모보이, 개스트로섹슈얼은 전체적으로 허리라인이 강조되는 피트한 실루엣이며 소재는 면, 울, 데님 외에 실크, 쉬폰, 벨벳, 새틴, 오간자 등이 사용되었고 컬러는 핑크, 퍼플, 그린, 레드, 옐로우 등의 선명한 난색계열을 사용함으로써 여성성을 표현하였다. 동성성에 포함되는 호모섹슈얼과 드랙은 타이트 한 실루엣 또는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에 망사, 레이스 같은 소재의 사용으로 의복기호위반을 통한 성 개념의 일탈을 표현하였다. 중성성에 포함되는 논섹슈얼과 젠더리스는 인체의 곡선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실루엣에 주름이 잘 잡히는 얇은 소재가 사용되었고 성별의 구분이 힘든 원피스 타입의 형태로 주로 표현되었다.
본 연구 결과 네오젠더 정체성은 유동성과 가변성이라는 특성을 내포하므로 현재 존재하는 유형 이외에도 새로운 젠더의 형태가 출현가능하며 또한 현대 남성 패션에서 나타나는 네오젠더의 미적특성 역시 충분히 변화가능 하리라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