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관은 종래의 전시와 보존 위주의 기능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육, 연구, 공연, 여가 등의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공공 미술관 = 도심형 레져공간'이라는 새로운 건축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현대 시민들에게 미술관은 '작은 예술품을 전시하는 커다란 예술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커다란 예술품인 미술관을 통하여 도시 활성화를 이루고자 하는 많은 도시에서 다수의 미술관이 개관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새로이 개발되는 신도시에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지구를 계획하여 도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자 하는 노력들이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대 미술관은 도시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급변하고 있는 현대라는 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 미술관 건축은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하여 그 규모가 대형화 되고 기능이 다양화됨으로 인하여 관람객의 이동에 관한 문제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원화된 현대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이동에 관한 문제는 공간이 관람객에게 부여하는 지각적 특성, 특히 전시관람이라는 행태가 일어나고 있는 미술관 건축에서는 특히 시지각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미술관 건축의 형태와 공간의 관계라는 비교적 추상적인 영역에서 공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시지각적으로 개념화 되고, 체득되는 경험으로서 어떻게 지각되는지, 그리고 그 개념적, 지각적 효과가 미술관 건축의 공간구성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물리적 형태에 대한 위상학적이며 사회학적 분석방법론인 공간구문론과 시지각적으로 개념화되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산출 가능한 가시성 이론(isovist theory)과 가시장 분석을 상관분석 하였다.
본 연구에서 인지적 측면의 접근에 의해 분석된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현대 미술관의 공간구성과 시각구조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형성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현대 미술관의 공간구성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용에 따라 점차 복잡해지고 있었으나, 이를 시지각적으로 인지하기 유리한 시각구조를 형성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분석의 결과는 크게 중심성의 수용여부와 공간의 개방성, 그리고 전체공간의 복잡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은 프로그래밍 단계부터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조율되어 미술관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미술관이 건립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2) 현대 미술관 건축에서 나타나는 중심성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공간구성에서 관람객이 가장 상위의 목표로 삼는 랜드마크로 설정되고, 그로 인하여 시각적으로 위계가 설정된다는 점에서 현대 미술관의 공간구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중심성을 수용한 미술관의 경우는 시각적으로 위계가 형성됨에 따라 대공간을 기준으로 하여 다층형 미술관의 계획이 가능하며, 전시공간구성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중심성을 부정한 미술관의 경우 시각적 위계가 형성되지 못하여, 다층형 미술관의 계획시 인지적 측면에서 제약이 생기게 되고, 다층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전시공간을 매우 단순한 구성으로 계획하여 인지도를 높이고 있었다. 즉, 중심성을 수용한 미술관의 경우는 복잡한 공간구성적 단점을 시지각적으로 해소하고 있으며, 중심성을 부정한 미술관의 경우는 시지각적 위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단점을 비교적 단순한 공간구성을 통하여 해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현대 미술관에서 나타나는 개방성을 기준으로 하여 상관분석한 결과 중심성의 개념은 공간구성적 측면의 접근이 아닌, 시지각적 측면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존의 공간구문론 분석에 의한 위상학적 측면의 접근에서 나타나는 중심의 개념은 노드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시지각적 분석에 의한 결과는 랜드마크로 나타나고 있었다. 따라서 현대 미술관의 대공간은 시지각적으로 랜드마크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족시키고 있다면, 동선을 분배하는 위상학적 중심으로 설정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특징은 현대 미술관 건축이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공간구성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대공간을 이벤트적 성격을 가진 개방형 공간으로 설정하여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4) 현대 미술관의 전시공간의 개방성 상관분석의 결과는 크게 개실형 전시공간과 개방형 전시공간으로 나누어 졌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개실형 전시실은 개방형 전시실에 비해 공간구성을 시지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관람객의 자유의지에 따른 관람동선이 형성되기 어려운 구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현대 미술관이 지향하고 있는 다양한 공간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측면과 어긋나며, 따라서 2000년 이후 개관하는 미술관의 전시공간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개실형 전시실과는 다른 형태인 개방형 전시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다. 개실형 전시실의 경우에는 관람객이 전시실로 진입한 이후에는 연속적으로 전시실이 이어져 있어 관람피로를 해소하기 어려운 구성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개방형 전시실은 자유롭게 전시실을 선택할 수 있는 구성으로 인하여 관람피로의 해소에 있어서나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기존의 공간구성에 대한 공간구문론 분석과 더불어 시지각적 분석을 시행한 결과 상관분석의 장점으로 나타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공간구문론은 비정형의 공간을 분석할 때 연구자에 따라 단위공간과 단위축선의 분화가 달라지고 그로인하여 연구의 결과가 연구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가시장 분석에서는 평면을 기준으로 분석을 시행함으로써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있었다. 또한 가시장 분석은 3차원의 건축을 평면으로 자른 단면상(斷面狀)을 기준으로 분석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따라서 3차원의 건축을 여러 장의 단면상으로 분석한다면, 입체적 분석 또한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2) 공간구문론은 기본개념을 위상학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단위공간간의 관계성에 대한 결과를 도출할 때 유용한 방법론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시장 분석은 공간의 크기와 형태가 분석변수로 작용함으로써 시지각적, 형태적 분석에 유용한 방법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연구방법론의 상관분석은 보다 정밀하고 신뢰도가 높은 분석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분석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는 결과를 기준으로 하여 새로운 미술관 계획시 인지적 측면에 대한 계획학적 내용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현대 미술관은 작가나 큐레이터의 일방적인 정보전달체계에서 벗어나 관람객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신의 선택에 따른 움직임을 통하여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고 의미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술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정도는 관람객의 개인적 이해능력과 전시에 대한 흥미, 그리고 관람객의 참여의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간구성 즉, 공간의 체계와 질서는 공간만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가 선택한 움직임을 통한 내러티브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현대 미술관의 경향을 보다 적합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구조는 비교적 다양한 경로의 선택이 가능한 자유공간 구성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다양한 경로의 선택이 가능함에 따라 전체공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지는 현상과 인지도가 낮아짐에 따른 길찾기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간의 위계를 설정하고,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간의 위계와 질서를 부여할 때 시지각적인 측면에서 공간의 개방과 폐쇄를 고려하여 위계를 설정하고, 위계가 설정된 이후 위계가 높은 장소에는 명확하게 인지될 수 있는 랜드마크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며, 노드에서는 랜드마크가 인지될 수 있는 개방적인 시각구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2) 관람객의 다양한 공간경험을 중요시 하는 현대 미술관은 다양한 외관만큼이나 복잡한 공간구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관람객에게 다양한 선택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공간구성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특성으로 인하여 시각구조의 질서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고전적 미술관 건축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중심성의 개념은 현대 미술관에서 위상학적 중심의 개념보다는 시지각적 중심의 개념으로 설정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시지각적으로 기준이 될 수 있는 랜드마크로서의 대공간과 관람동선의 분배를 담당하는 노드로서의 매개공간, 그리고 관람객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내러티브를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전시공간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3) 앞서 정리된 내용에서처럼 시지각적 위계와 질서를 이용한 내러티브의 전달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이나믹한 혹은 서정적인 공간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미술관 건축의 중요한 건축요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술관의 배치와 성격 그리고 조형 등 미술관의 컨셉에 따라 시지각적인 개방과 폐쇄, 침투와 단절 등의 시지각적 요소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공간적 내러티브를 관람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관람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4)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공간은 실험성이 강하고, 다차원적이며, 설치적 성격의 예술품에 대한 이해와 전시를 수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21세기 들어 기획전시를 위주로 하는 미술관이 출현하고 있으며 퐁피두, 구겐하임, 루브르 등의 미술관의 영향으로 순회전시가 증가하는 등 전시시설의 가변적 활용이 미술관 전시공간 계획시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공간과 매개공간 전시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던 개념을 수정하고 이벤트적 성격의 공간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리고 전시공간의 개념도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로 엄격히 나누어져 있던 개념을 수정하고 그에 따라 전통적 구성기법을 현대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변화시키는 과정 중에 새로운 전시환경에 관람객이 적응하기 수월하도록 시지각적 위계와 질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