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건축물 속에는 세월이 녹아 있고, 사람들의 삶이 있으며, 시대의 철학 등 그 당시 사회 자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는 하나의 시대나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시간대의 공존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는 역사적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모두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이지만, 그중에서 근대시기가 갖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동·서양과 각 나라마다 근대시기의 차이가 조금씩은 있긴 하지만 근대시기는 기술 문명과 문화가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생활양식에 있어 그 이전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중간에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전통과 현대라는 전혀 다른 두 시대의 사이를 잇는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유일하고도 독특한 시기이다. 그러므로 근대건축물도 전통적인 양식의 건축물에서 현대 건축물로의 변화의 과정을 담은 독특하고 교두보적인 역할을 한 실존하는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역사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지금의 우리의 삶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되는 것과 같이 역사라는 것은 단지 오래된 유물과 같은 것만이 아니다. 특히나 도시의 근대건축물은 우리의 과거와 현대의 시간적 연결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물이며 역사이다. 이렇듯 근대건축물은 단지 단일한 객체로서가 아닌 역사적, 사회적 요소로서의 연결이라는 의미를 갖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근대건축물의 보존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역사·문화에 대한 의미론적 해석을 중심으로 근대건축물의 활용방안이나 리노베이션 방법 연구에 준한 사례분석이 중심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가치를 원형보존에 기준하여 각 요소의 가치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미루어 근대건축물의 공간 보존 유형을 기존 디자인의 변형에 있어 공간과 과거와 현재의 연계성에 기준을 두어 연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도시가 자신만의 독특한 도시 문화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대와 과거의 중첩을 근대건축물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나타나는 공간적 보존과 변형의 실태에 대하여 국내와 국외의 일본, 중국, 유럽에서 각각 10개씩 40개의 사례를 과거의 공간이 보존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변형이라는 현대적 가치가 어떻게 공존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하여 조사 분석하였다. 그러나 근대건축물 활용에 따른 리노베이션은 각 나라의 특성 및 역사, 리노베이션 시기, 법률 등의 건축물이 놓여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개괄적으로 제시 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와 국외의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례에서 나타나는 리노베이션 방법은 역사·문화, 정책적 환경에 따라 각 국가마다 경향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근대건축물의 활용 유형에 따른 공간의 보존 및 변형에 대하여 지속형, 전용형, 부활형 활용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근대건축물의 활용에 따라 공간 보존 및 변형에 대한 유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별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방법의 성향에 따라 공간 보존 및 변형이 이루어 졌다.
첫째, 지속형 활용 유형에서 나타난 근대건축물 공간의 보존 및 변형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례에서 설비기기 및 시설의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의 경우는 모든 사례에서 원형보존을 통한 설비기기 및 시설에 의해 계속 활용·유지 되었고, 일본과 유럽의 경우 지속활 활용 이라고 할지라도 원형 보존을 통한 설비기기 및 시설이외에 현대적 요소들의 공간적·외적 대입하여 공간 내에서도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통해 현대화를 이루어 기존의 내부공간에 대한 보존 및 활용이 활발한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원형 보존을 통한 지속형 활용의 사례가 있지만, 파사드 보존을 통한 공간의 신축이 이루어져 근대건축물의 리노베이션 시 내부에 대한 보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 전용형 활용 유형에서 나타난 근대건축물 공간의 보존 및 변형에 대하여 중국의 경우는 내부의 원형 보존을 통한 신·구의 공존의 경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의 경우는 공간에서 신·구의 공존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에 초점을 두어 공간의 보존 및 변형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신·구의 조화로 나타나는 반면, 유럽의 경우는 신·구의 대비를 통해 나타난다. 세 나라 모두 기존의 공간이 현대에도 자신의 방법으로 리노베이션 되어 계속적인 사용이 되는 반면, 국내의 경우는 내부 공간을 전부 허물어 신축 하거나 서울시립미술관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그 공간 자체가 전시물이 되어 사용되지 못하였다. 즉, 기존의 공간이 그것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실질적 경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셋째, 부활형 활용 유형에서 나타난 근대건축물 공간의 보존 및 변형에 대하여 중국의 경우만 다른 용도로 인수 당시 공간의 개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여 창건 당시의 목적에 부합하는 용도로 다시 활용 되어 질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와 유럽의 근대건축물의 공간은 기존 공간에 대한 훼손 정도가 심하여 모두 리노베이션 되어 건립 초기의 공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외관에 대해서는 원형보존이나 도로면에 접한 외관을 보존·복원 보존하여 역사성을 지켰다.
이것을 통해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에서 공간의 보존 및 변형의 경향은 국내와 국외(일·중·유럽)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원형보존이 아닌 이상 기존의 공간의 활용 보다는 공간의 프로그램에 따른 새로운 공간으로의 대체가 많이 나타나는 반면, 국외의 경우는 공간 내에서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신·구의 공존을 이뤄 독특한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신·구 공존의 방법이 조화와 대비라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고, 특히 중국은 내부 공간의 전체적인 리노베이션에서 점점 공간 안에서 신·구 공존을 통한 리노베이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