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시대 출토직물에 나타난 사양화(四樣花)무늬에 관한 연구로 조선시대의 식물무늬 중 비교적 높은 출현빈도를 보이고 있으나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비했던 사양화무늬에 대해 정의하고 시대적 특징을 밝히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은 우선 문헌자료를 통해 사양화무늬를 구성하고 있는 네 종류의 꽃을 계절별로 나누어 꽃의 특징 및 상징성에 대해 정의하였고, 박물관도록 및 출토복식보고서를 중심으로 출토복식에 나타난 대표적인 사양화무늬를 수집하여 시기별로 정리한 뒤, 이를 다시 구도, 유형별 꽃의 조합, 계절별 꽃의 빈도 등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서 사양화무늬의 시대적 변천 및 그 특징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사양화무늬를 구성하는 네 종류의 꽃은 개화(開花)시기를 기준으로 특정 계절을 상징하였다. 봄을 상징하는 꽃으로는 모란, 작약, 복숭아꽃이 있으며, 여름을 상징하는 꽃으로는 연꽃과 석류꽃이 있다. 가을을 상징하는 꽃으로는 국화와 추해당(秋海棠)이 있으며 겨울을 상징하는 꽃으로는 매화, 동백, 난초 등이 있다. 월계화는 사시사철 피어 네 계절을 모두 상징할 수 있으므로 기타로 분류하였다. 사양화무늬 중 사계절을 온전히 상징하지 못하는 무늬도 있었는데 전체의 34% 정도로 사계절을 상징하는 무늬에 비해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양화무늬는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크게 세 차례의 변화를 거치는데 사양화무늬의 발생기에 해당하는 1기(15~16세기), 사양화무늬의 유행기에 해당하는 2기(17세기), 사양화무늬의 쇠퇴기에 해당하는 3기(17세기후반~18세기 초)로 나누어진다.
1기(15~16세기)는 조선 전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고려말의 직물무늬가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14세기 고려말 불복장 직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넝쿨형 세화무늬가 조선전기의 직물에서도 확인된다. 넝쿨형 세화무늬는 사양화무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무늬로 정체성이 불분명한 네 종류의 작은 꽃이 C자형 넝쿨에 감긴 충전구도이다. 초기에는 넝쿨형 세화무늬만 등장하지만 시기가 지나면 작은 꽃이 넝쿨이 아닌 가지에 달려 옷감 가득 퍼져 있는 충전구도의 가지형 세화무늬가 등장하여, 넝쿨형 세화무늬와 함께 나타난다. 1기는 꽃의 크기가 매우 작아 정체성이 없는 세화무늬 형태의 사양화무늬가 주로 나타나지만 시기가 뒤로 갈수록 꽃의 크기가 커지면서 꽃의 정체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2기(17세기)는 조선사회에 유교적 질서가 뿌리를 내리는 시기로 당시 선비들은 유교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자연을 통해 우주만물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였다. 특히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자 하여, 양화(養花)에 관심을 두었고, 꽃과 새를 주제로 한 화조도(花鳥圖)를 그리는 것이 유행하였다. 직물도 이에 영향을 받아 출토직물에서 사양화무늬의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게 된다. 2기는 사양화무늬의 유행기이므로 충전구도, 회화풍구도, 산점구도 등 다양한 구도의 사양화무늬가 나타났는데, 전반적으로 꽃의 크기가 전 시대에 비해 매우 커지면서 한층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2기의 초반에는 1기에서 나타났던 충전구도의 넝쿨형 세화무늬와 가지형 세화무늬가 나타나며 2기 중반에는 사생적인 느낌이 강조된 충전구도의 넝쿨형 사양화무늬, 회화풍구도의 가지형 사양화무늬가 주로 나타난다. 2기 말에는 네 종류의 가지형 꽃을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배열하여 절제미를 드러낸 산점구도의 산점형 사양화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3기(17세기 후반~18세기 초)는 2기 말에 나타난 산점구도에 산점형 사양화무늬 외에 원형 사양화무늬가 추가되었고, 회화풍구도의 가지형 복합무늬, 2종류의 구도가 함께 나타나는 복합구도의 넝쿨형 복합무늬, 원형 복합무늬 등이 나타난다. 3기는 사양화무늬의 쇠퇴기로 기존의 구도에서 변화를 준 복합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계절과는 상관없는 길상무늬가 사양화무늬의 구성요소로 들어와 함께 시문되는 등 사양화무늬의 틀이 깨지면서 점차 그 특성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사양화무늬의 유형분석은 사양화무늬의 구도, 사양화무늬의 유형별 조합분석, 사양화무늬의 계절별 꽃의 출현 빈도 분석 등 세 유형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사양화무늬의 구도로는 충전구도, 회화풍구도, 산점구도, 복합구도가 있으며 각 구도에 속해 있는 사양화무늬는 다음과 같다.
충전구도에는 넝쿨형 세화무늬, 넝쿨형 사양화무늬, 가지형 세화무늬가 있다. 넝쿨형 세화무늬는 꽃의 크기가 1~1.5cm 정도로 매우 작아 정체성을 파악할 수 없는 네 종류의 꽃이 C자형 넝쿨에 감겨 있는 충전구도로 고려말의 불복장직물과 조선 초의 직물에서 주로 나타나는 무늬이다. 넝쿨형 사양화무늬는 정체성이 분명한 네 종류의 꽃이 C자형의 넝쿨에 감겨 직물 전체에 시문되어 있고 그 사이를 봉황이 날아다니는 구도로, 세화무늬에 비해 꽃의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진다. 가지형 세화무늬는 조선 초에 나타나기 시작한 무늬로 크기가 작은 네 종류의 꽃이 가지에 달려 옷감 전체에 퍼져 있다.
회화풍구도에는 가지형 사양화무늬와 가지형 복합무늬가 있다. 가지형 사양화무늬는 네 종류의 꽃이 짧은 가지에 달려 옷감 전체에 산재되어 있고, 그 사이를 새 또는 벌, 나비 등의 곤충이 날아다니는 사생풍의 무늬로 17세기를 대표하는 직물무늬 중 하나이다. 가지형 복합무늬는 네 종류의 가지형 꽃을 옷감에 배열하고 그 여백을 새와 곤충이 아닌 보배무늬, 용무늬, 사합여의형 구름무늬 등으로 채운 무늬로 가지형 사양화무늬의 여유로운 사생풍의 느낌이 사라지고 장식적이고 화려한 느낌이 강조되었다.
산점구도에는 산점형 사양화무늬와 원형 사양화무늬가 있다. 산점형 사양화무늬는 짧은 가지에 달린 네 종류의 꽃을 단위무늬로 하여 이를 드문드문 배열하였으므로 절제된 느낌을 준다. 원형 사양화무늬는 원형의 단위무늬 안에 네 종류의 가지형 꽃을 넣어 이를 드문드문 배치시킨 무늬로 산점형 사양화무늬와 마찬가지로 절제미가 느껴진다.
복합구도에는 넝쿨형 복합무늬와 원형 복합무늬가 있다. 넝쿨형 복합무늬는 넝쿨 대신 길게 이어진 굵은 가지에 꽃과 함께 표현된 석류와 복숭아가 달려 있고, 여백을 가지형의 모란, 수국이 채우고 있어 충전구도와 회화풍구도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원형 복합무늬는 원형의 단위무늬 안에 가지형의 꽃을 넣어 산점배치하고 여백을 짧은 가지에 달린 꽃과 보배무늬 등을 넣어, 산점구도와 회화풍구도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사양화무늬의 유형은 조선시대 출토직물 중 대표적인 사양화무늬 59건 중 정체성이 불분명한 9건을 제외한 50건을 대상으로 이를 사계절을 온전히 상징하는 사양화무늬와 사계절을 온전히 상징하지 못하는 사양화무늬로 분류한 뒤 각 유형의 꽃 조합을 분석하였다. 사양화무늬 중 사계절을 온전히 상징하는 사양화무늬는 33건으로 전체 중 66%로 나타났으며, 그 중 사계절을 온전히 상징하는 사양화무늬 꽃의 조합은 ‘모란, 연꽃, 국화, 매화’의 조합이 33건 중 9건으로 28%로 가장 높았으며, 이를 통해 ‘모란, 연꽃, 국화, 매화’의 조합이 선호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사계절을 온전히 상징하지 못하는 사양화무늬는 길상무늬가 포함된 사양화무늬 24%(12건), 계절이 중복된 사양화무늬 10%(5건)를 합쳐 총 34%(17건)로 나타났다.
사양화무늬의 계절별 꽃의 출현 빈도 조사 결과 봄에는 전체의 67%로 모란, 여름에는 전체의 91%로 연꽃, 가을에는 전체의 94%로 국화, 겨울에는 전체의 49%로 매화가 높게 나타나, 꽃의 조합과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사양화무늬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식물무늬 중 하나로 네 종류의 꽃을 다양한 구도로 배치하여 다채로운 느낌을 표현하였다. 본 논문은 사양화무늬의 시대별 변천과정 및 유형별 특징을 밝혀 사양화무늬를 정의하는 한편 다양한 유형의 사양화무늬를 종류별로 정리하여 이를 통해 사양화무늬를 재현하거나 문화상품의 디자인소스로 활용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