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를 추구하며 시공간의 경계를 벗어나려는 현대의 정보·사이버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되, '맥락'을 생각하며 소통하고 조화되려 노력 한다. 이러한 시대에 건축물의 표피는 공간과 사용자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매체이자 인터페이스(interface)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표피는 공간의 부차적 요소가 아닌, 공간 구축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본 연구는 새로운 공간 구축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표피 중 패턴(pattern)으로 구성되어 있는 표피를 집중 분석하고자 한다.
표피에 사용되는 패턴은 '필연'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완벽한 공간이 아닌 그 일부분'에 자신의 의도를 필연적이고도 의미 있게 표현을 하면, 사용자들이 그것을 특별하고 필연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그것과 소통하면서 '완벽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양한 내러티브(narrative)가 발생하게 되고 사용자와 공간사이에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패턴'은 디자이너의 표현 수단이며, 공간과 사용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된다.
패턴디자인은 반복된 무늬를 디자인하는 활동이나 그 결과물을 의미 하며, 심상(心像)적 관점으로 패턴을 정의하자면 패턴은 공간을 지각하는데 유용하게 작용하므로 '공간 지각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심상(心像)이란, 기억이나 상상 또는 외적자극에 의하여 사람의 의식에 나타난 직관적 표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과 상상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자극을 통해 심상을 떠올린다. 특히 동일한 형태이면서 반복적 배열의 패턴은 시각을 통해 인지되어 '시각적 심상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게슈탈트의 형태인지 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패턴의 시각적 심상 작용은 속도와 이미지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게 하고,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공간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다. 즉, 공간 디자인에 적용되어 사람들이 공간을 빠르고 쉽게, 더 인상적으로 '지각'하도록 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공간 구축 요소로써 표피가 주목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패턴으로 이루어진 표피의 경우라면 패턴 또한 공간의 구축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위에서 밝힌 패턴의 심상작용 특성을 기본으로 하여 표피에 적용된 패턴의 공간 구축(Tectonic)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공간 구축, 즉 텍토닉(Tectonic) 개념은 건축에서 물질인 재료, 구조, 접합 등의 객관적·가시적 요소의 표현인 동시에 비물질적인 개념 및 지각, 공간과 형태, 장소와 대지 등의 주관적·비가시적 요소들의 표현 이 통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며, '비가시적인 물질'인 감성과 지각도 주관적·비가시적 요소들에 포함된다. 현상학적인 접근으로서 텍토닉 (Tectonic)은 건축 존재의 직접적 경험과 지각으로 새롭게 전개된다. 투명이미지, 사이버스페이스(cyber space), 하이브리드(hybrid), 빠른 속도 같은 '해체'의 특성을 갖는 현대사회에서는 현상학적 텍토닉의 개념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은 3차원 입체로 매스(mass), 면, 볼륨(volume), 표면이 각각 개별적으로 작용하며 공간을 구성하고 의미를 내포한다. 표면, 즉 표피는 공간의 구축요소가 되며, 이는 패턴이 표피에 적용될 경우, 패턴 또한 공간의 구축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패턴의 텍토닉(Tectonic)적 요소는 모듈(module)로, 이것은 텍토닉의 요소 중 물질적·객관적·가시적인 요소이다. 모듈은 패턴의 기본형 태로, 모듈이 어떤 규칙을 가지고 반복, 배열되면 하나의 패턴이 나타난다. 현대 공간디자인에서 이러한 패턴의 물질적·객관적·가시적인 텍토닉 요소는 패턴이 직접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인 구조모듈화, 패턴의 모듈이 입체적으로 표피와 일체화되는 입체모듈화, 패턴의 모듈이 평면적으로 표피와 일체화 되는 평면모듈화, 표피에 적용되는 패턴의 표현이 재료의 물성으로 나타나는 물성모듈화로 분류된다.
패턴이 가지는 텍토닉(Tectonic)의 물질적·객관적·가시적인 요소가 패턴의 '모듈'이라면 그 반대 요소인 비물질적·주관적·비가시적 요소는 처음에 언급했던 패턴의 '심상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텍토닉의 비가시적 물질이 '지각'과 '감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턴의 심상작용은 '공간 지각 요소'인 동시에 공간 구축 요소의 일부분, 비물질적·주관적·비가시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패턴의 심상작용과 패턴의 형태적 특성인 모듈이 함께 작용해 패턴이 공간의 구축요소, 텍토닉(Tectonic)이 됨을 알 수 있다. 즉, 패턴은 그 자체로도 '심상작용'을 통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동시에 '공간을 구축'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또 사람들과 공간 사이에서 그 두 가지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인 동시에 인터페이스(interface)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패턴이 공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적용된다면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생성될 것이고, 풍부한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소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패턴은 이미 패션과 텍스타일 분야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경계 없이 자유롭고 새로운 시도로써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