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촌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북촌에서 살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데서 시작되었다. 북촌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북촌은 한옥이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로서 인식된다. 그러나 북촌에 살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북촌은 한옥밀집지역이기 이전에 주거지이고 삶터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북촌의 모습은 여느 관광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이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인 관심이 북촌에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상승하기 시작한 북촌 한옥의 경제적 가치는 점차 한옥을 주거용도가 아닌 경제적인 가치물 또는 주거용 이외의 용도로 변질되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북촌의 주민들은 사라지고 빈집이 늘어나면서 삶이 없는 한옥 박물관화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주민의 시각으로 북촌의 변화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북촌 보전정책이 주거지 보전측면에서 어떠한 점에서 성과가 있었고, 어떠한 점에서 미흡했는지 평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앞으로 북촌 보전정책이 주민의 시각에서 주거지역의 보전과 삶터로서의 북촌 가꾸기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방향과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북촌 보전정책의 평가에 앞서 북촌의 변화를 주민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진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분석 관점을 설정하였다. 첫째는 한옥의 변화분석이며, 둘째는 한옥에 살고 있는 주민의 특성변화이고, 셋째는 한옥에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의 변화이다. 이 세 가지 관점을 통해 북촌의 변화를 ‘북촌 가꾸기’ 정책을 기점으로 1986년과 2000년 그리고 2010년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분석하였다.
북촌의 변화를 한옥의 변화측면, 주민특성의 변화측면, 주민 삶의 변화측면에 따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한옥의 변화측면에서는 한옥의 평면적인 구조가 현대식으로 변화되고, 현대적인 생활양식에 따라 한옥내부도 현대화되었다. 그리고 본래 한옥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정도로 변형되어 있던 한옥이 전통적인 한옥의 외관을 되찾게 되었다. 이 밖에도 주거지역내 한옥이 주거용도에서 문화시설 또는 일부 업무용도로 변화되었다.
둘째, 주민특성의 변화측면에서는 한옥 주민구성에서 세입자가 감소하였고, 한옥을 사용하지 않고 비어두는 공가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한옥 주민구성원 중 노인층이 증가하고 자녀보유가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셋째, 주민 삶의 변화측면에서는 변화된 한옥에서의 개별적인 생활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한옥 주민들 간의 이웃관계는 별로 좋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분석된 북촌 변화분석의 결과를 통해 최종적으로 북촌 보전정책을 한옥의 보전측면과 주민 삶의 보전측면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그 성과와 한계, 문제점 등을 분석해 보았다.
먼저 한옥의 보전측면에서 북촌 보전정책이 갖는 성과는 다음과 같다. 한옥의 멸실을 막고 한옥의 개체수를 보전하였으며, 한옥의 개보수를 통해 전통적인 한옥경관을 회복시켰다. 또한 한옥 내부의 현대시설화와 다양한 공간 활용으로 주민의 생활만족도를 상승시켰다. 반대로 북촌 보전정책이 갖는 한계로는 한옥이 관광시설 및 상업화로 인한 관광객 증가와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다음 주민 삶의 보전측면에서 북촌 보전정책이 갖는 성과에는 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을 통한 주거환경을 개선하였다는 점이 있으며, 반대로 한계점으로는 주민참여의 미흡함과 주민의 이웃관계가 좋지 못한 점, 그리고 주거지역내 공가가 늘어나고 세입자가 감소하며, 주민구성원이 노령화됨에 따라 주민커뮤니티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여기까지 본 연구에서는 북촌을 주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주거지 북촌의 변화를 한옥의 변화와 주민특성의 변화, 그리고 주민 삶의 변화측면에 따라 분석하여 이를 통해 북촌 보전정책을 평가하고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를 통해 앞으로 북촌 보전정책이 지향해야할 정책방향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으로 진행되는 북촌 보전정책은 ‘한옥 보전’ 중심에서 ‘주민 삶’을 보전하고 가꿀 수 있는 지원 정책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시행되던 북촌 보전정책은 주민 삶을 가꾸고 보전하기 보다는 한옥의 보전과 환경개선을 통한 경관 회복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북촌 가꾸기는 한옥의 보전뿐만 아니라 주민의 삶도 보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한옥 보전을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주민을 위한 생활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주민을 위한 지원정책은 원칙적으로 외지인이나 관광객들을 위한 지원보다는 북촌한옥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앞으로 북촌한옥에 실 거주할 예정주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현재 북촌 보전정책은 주민을 위한 지원보다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에 편중되어 있다. 그리고 한옥의 보전을 위해 한옥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실제로 북촌한옥에 살고 있지 않은 시민도 얼마든지 한옥을 사들여 공공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시행될 북촌 보전정책은 관광객이나 외부인보다는 북촌한옥에 살고 있는 주민과 앞으로 살 예정인 주민을 위한 지원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시에서 매입한 한옥 또는 비한옥의 용도를 관광객들을 위한 용도에서 주민을 위한 용도로 전환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촌 한옥마을을 주민 스스로 나서서 주도적으로 마을을 가꿀 수 있도록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북촌 보전정책이 진정한 의미에서 마을만들기로 거듭나고, 살아 있는 한옥 주거지역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한옥 주민들이 나서서 북촌 한옥마을을 가꾸고, 주도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안을 통해 현 북촌 보전정책을 개선하여 발전한다면 앞으로 북촌한옥마을이 말 그대로 주민이 살기 좋고, 살고 싶은 주거지역으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