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대중 매체이다. 영화가 대중에게 미치는 사회적 영향과 파급력은 지대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흐름 속에 영화는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자 국가이미지 제고 역할의 매개체로 떠오르면서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의 그 중요성은 더욱 더 부각되었고 이는 앞으로도 우리가 해외시장진출에 주목해야 하며 한국영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진출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 유통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국제공동제작(Co-Production)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 필요성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해외 시장진출의 한 유형으로써 확대되고 있는 공동제작이 해외시장진출의 실질적인 대안인 것인지 파악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이에 관련한 연구는 그 중요성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국제공동제작 역시 실무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가 대다수이고 공동제작의 흐름이나 문화적 측면을 논하는 이론적 연구가 많이 이루지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에 관한 이론적 배경을 정리해 볼 필요성이 있었고 본 연구에서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 배경과 현황에 대해 살펴보면서 한국영화 해외시장진출의 흐름을 파악하였다. 또한 해외시장진출의 한 유형으로써 대두된 공동제작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1987년 시장개방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변화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공동제작이 가지는 성과와 한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산업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분석하고자 했다.
그리고 한국영화의 중국시장진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소피의 연애매뉴얼〉(Sophie's Revenge) 사례를 대상으로 공동제작이 가지는 산업적, 문화적 측면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보고 이를 통해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 유형으로써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공동제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은 취약한 자본구조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난항을 겪음에 따라 제작비 절감,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기 위함에서 나아가 안정적인 시장으로 구축하려는 산업적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영화의 해외시장진출은 직접수출, 간접수출, 공동제작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공동제작은 자본 확보와 유통 증진의 경제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두되었다. 공동제작은 한국영화의 취약한 자본구조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산업적 목적뿐만 아니라 기술협력, 인적교류, 문화교류를 통해 영화의 질을 높이고 상대국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외교의 매개로써의 역할을 하는데 그 문화적 목적의 의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1987년 시장개방 이전에 공동제작은 주로 홍콩과 이루어졌는데 자본 확보와 시장 확대, 인력교류의 공동제작의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외화수입쿼터 적용을 면해 관세를 포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여 관람객의 외면을 받게 되는 큰 폐해를 낳게 했다. 무분별한 공동제작영화의 양산은 한국영화의 정체성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1987년 시장개방 이후 공동제작은 시대흐름에 따라 진화하여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형태의 공동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국가 간의 자본, 기획, 제작 등 협력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순수한 공동제작은 자본 확보 및 실패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고 문화교류를 통해 각국의 정보공유와 영화 작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공동제작의 의의를 잘 수행하는 작업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외에도 공동투자, 로케이션, 인력·기술 결합 등 다양한 형태로 공동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영화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셋째, 〈소피의 연애매뉴얼〉 사례는 현지화 전략에 의한 공동제작으로 공동제작의 새로운 지침서 역할을 하였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현지화 전략에 의한 공동제작은 중국과 같이 국가의 영화정책에 따라 진입하기 어려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시장 확보라는 산업적 측면에서의 이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교류를 통해 정보를 얻고 우리 문화를 알리고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며 영화의 국제화를 이룰 수 있다는데 문화적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반면 한국에서는 참패했다. 중국영화에서 요구하는 흥행요소에 적합한 영화였지만 한국에서 요구하는 흥행요소와는 거리가 있었기에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국 영화계의 문화적 환경과 영화계 흐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국의 다른 영화 환경에서 공통된 흥행요소를 발굴하는 것은 공동제작의 한계이자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 문화 환경의 충분한 이해와 정보공유, 신뢰 구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언어소통의 문제나 공동제작 경험부족으로 생기는 시행착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전문가 양성과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넷째, 다양한 형태의 공동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비해 뚜렷한 경제적 성과를 가진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것이 공동제작 활성화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제작이 가지는 문화적 측면에서의 장점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의의가 있고 공동제작의 여러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 해외시장진출의 실질적인 대안으로써 공동제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