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제도가 저소득층의 주거문제와 관련해 갖는 사회복지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지난 30년 동안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어온 우리나라는 주택의 절대적인 부족현상을 경험하였고, 이에 정부에서는 주택보급률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대단위 주거단지를 기성 시가지 내부 또는 도시 외곽에 건설해 왔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통해 3.4%(2002년 기준)에 불과한 장기임대주택 비율을 2012년까지 10%수준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이루어진 공동주택의 물량적 공급은, 공급에 급급한 나머지 단지 내 평형의 비 혼합 등 주거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대단위 공공주택 단지로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공공임대주택은 사회저소득층의 집합체라는 부정적 평가와 인식을 낳았고, 주변지역민들과의 위화감 등 임대주택 거주자로 하여금 사회적 배제, 낙인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빈부에 의한 주거지 분화, 외부로의 이주 촉진, 부대시설 수급 불균형, 유아 및 청소년들의 다양한 연령층과의 접촉결여로 사회적 성숙을 위축시키는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주택보급의 확충과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배제현상이라는 상충을 놓고, 공공임대주택의 배제현상의 개선을 위한 논의 끝에, 2003년 7월 건설교통부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방안의 일환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 하면서 정비사업절차 간소화 및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정 법률안을 발표하였으며, 임대주택건립에 관한 사항 중 제 9조 3항을 통해 주택재개발 사업으로 건립하는 임대주택의 건설계획의 경우 주택재개발사업 시행 시 총 건립세대수의 17% 또는 세입자 총 가구수의 35% 중 많은 세대수를 건립하도록 함으로써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였다. 또한 서울시는 이러한 임대주택 건설의 의무화가 대상지 규모와 특성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유연한 법적 적용을 위해 조례를 개정하여, 임대주택의 건립규모가 종전 전용 30~45㎡에서 30~60㎡이하로 확대하고, 총 건립 가구 수 500가구 미만인 정비구역인 경우 별도의 임대주택 단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분양주택과 혼합건립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법 제정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도입된 혼합단지가 거주민의 불만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혼합에 기여하였는가에 대한 논의를 위해, 단지 내에 혼합 배치된 은평뉴타운과 자가·임대 세대가 따로 분리된 단지, 분양아파트로만 건설되어 민간임대인 전세시장을 통해 혼합 배치된 단지를 선정하여 주민간의 공동체 의식을 비교 연구하였다. 이로써, 사회적 통합에 관한 의견을 파악하고 거주자의 근린관계 형성을 위하여 혼합 단지 조성이 필요한 것인가, 이러한 물리적 혼합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단지의 형태에 따른 선호도를 조사하여, 지역민의 지속적인 사회통합 실현을 위한 개선안에 관해 고찰해 본다.
조사대상은 서울시 시범뉴타운 중 은평뉴타운과 그 주변지역에 자가·임대의 배치 유형과 형태를 달리하는 대단위 단지를 선정하였다. 은평뉴타운은 사업계획 및 공급기간이 2002년~2011년으로 도정법 제정 이후 지어진 대단위 혼합단지라는 점에 착안하였으며, 비교대상단지로는 주변지역(은평구)의 의무관리 대상 75개 단지 중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회수율을 고려하여 600세대 이상인 대단위 단지로 선정하였다.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은평뉴타운 3개 지구 중 2007년 12월~2008년 8월 사이 공급된 1지구의 14단지 중 11개 단지, 1988년 10월에 공급된 분양주택만으로 이루어진 불광 미성아파트 10개동, 2001년 8월에 공급된 수색 대림한숲타운아파트 15개동이다. 이는 페리의 근린주구 이론을 토대로 하여 하나의 근린생활권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대상자들이 비슷한 생활권에 속함으로서, 특정변수(각 구 마다의 평균소득의 차이 등)의 개입 여지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조사의 내용은 '임대·분양세대간 스트레스', '공동체의식', '혼합단지에 대한 의견'등의 내용을 포함하였다.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이론에 의해 자가 세대와 임대세대 모두의 만족이 가장 큰 형태는 분리하는 것이지만, 사회적 약자인 임대세대의 후생을 크게 하는 롤스의 정의론에 입각하면, 혼합단지의 형태가 만족의 수준이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단지의 경우, 같은 단지에 혼합되어 있음으로 해서 이웃과의 왕래 및 관심정도가 높고, 단지의 구성원과의 일체감은 높았으나, 자가 세대의 소속감이나 주인의식에서는 혼합단지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오히려 분양·분리단지에서 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가 세대가 혼합단지에 대한 선호가 낮고, 배치형태 또한 임대주택과 분리하거나, 시장을 통한 혼합으로 주택선호도를 높이고 주택가격하락에 대한 염려를 줄이려는 입장과, 임대세대가 무작위로 섞이는 혼합형태, 시장을 통한 자연스러운 혼합을 선호하여 사회적 낙인을 회피하려는 두 가지 입장이 상충한 결과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연구의 요약과 시사점 및 연구의 한계와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