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글로벌 자본주의 확장과 연결되어 있는 결혼이주, 그것이 구체적으로는 맞물려 있는 현실인 결혼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 행위를 보고자 하였다. 기존의 연구가 결혼이주여성 관련 연구의 일부로서 송금이 다루어지는 정도였다면, 이 연구에서는 원가족 지원 행위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한국에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은 드러나지 않는다.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상업적 중개결혼이 만연해 지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결혼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혼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근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이주자의 성별에 따라 '노동 이주자 = 남성', '결혼 이주자 = 여성'으로 분절되어 있는 담론 역시 결혼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행위를 가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송금으로 대표되는 이주자의 본국 지원은 노동 이주자의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계(cognatic) 내지 양변계(bilateral)적 가족체계에서 자란 결혼이주여성들의 입장에서 원가족 지원은 당연한 욕구일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은 1) 송금, 2) 원가족 구성원 초청으로 임금노동 기회의 제공과 한국에서의 생활 지원, 3) 물품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송금한 돈은 주택을 신축하거나 토지 매입, 빚 갚기, 형제나 친척들의 학비, 원가족의 자립 기반 만들기,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다. 송금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새 집 짓기'로 이는 가시적인 국제결혼의 성공으로 비춰지고 있다. 원가족 지원의 두 번째 방식은 원가족 구성원의 한국 입국지원으로 임금노동기회 제공과 입국 뒤 생활 지원이다. 동포방문취업제도의 H2 비자 발급이 가능한 한국계 중국인들은 이런 방식의 원가족 지원이 가장 크다. 마지막 지원 방법은 물품 지원이다. 가전제품에서부터 옷, 학용품, 일상용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원가족에게 제공한다. 출신국의 제품과 비교하여 한국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물품을 지원하지만 한국 제품이라는 상징성 또한 중요하다.
결혼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 행위는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제결혼 가정의 형편과 남성중심적 가족 구조라는 거시적 맥락의 작동 때문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원가족 지원 문제로 남편, 시집과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동시에 원가족의 기대와 요구 사이에서도, 원가족의 효율적이지 못한 지원금 사용에 대해서도 갈등을 경험한다. 국제결혼 남성들 역시 아내의 원가족 지원에 대한 압력과 갈등을 겪는다. 그들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인식, 친지 초청의 압력에서 갈등을 겪는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원가족 지원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을 구사한다. 취업이나 유급 자원봉사를 통하여 자신의 자원으로 원가족 지원을 해결함으로써 갈등을 피하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 생활비 절약 같은 일상적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남편들은 아내의 일상적 전략을 묵인하거나 아내에게 경제적 상황을 끊임없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해 나간다.
이 연구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 이주의 행위자인 결혼이주여성이 원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피해자'적 모습과 자신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원가족 지원 행위를 위해 한국의 가족과 협상을 벌여나가는 주체적 행위자의 양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