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보고서는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민주노조운동 가운데서 거의 유일하게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서 집단적으로 여성과제를 해결하여 나갔던 콘트롤데이타 노조의 여성과제 실천사례를 소개하기 위한 글이다.
콘트롤데이타 노조는 1973년 12월 남녀차별 임금인상에 저항하면서 노조를 결성하였고, 70년대 중반부터 차별임금 철폐와 다양한 여성과제 실천운동을 전개했다. 여기에는 미혼여성의 부양가족 인정, 여성노동자 승진, 승급요구, 결혼퇴직 및 임신퇴직 반대운동, 생리휴가 확보, 여성 건강을 위한 직업병위험에 대한 연구와 대응, 철야노동과 잔업 특근에 대한 자율적 선택권, 서서 일하는 여성에게 의자 제공, 힘든 일하는 여성노동자 노동시간 단축 등이 포함되었는데, 콘트롤데이타 노조는 이러한 여성과제들을 다양하고 심도 깊게 실천하면서 동시에 노동일반투쟁을 함께하였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본 연구보고서는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이 여성노동자들에 의해서 주도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왔으나 그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보다는 매우 부정적인 담론으로 형성되어 갔다는 데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이는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을 올바로 평가하지 못했던 지식인 남성들의 성 편견과 여성 연구자들의 피상적인 연구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의를 제기하고, 외부 여성운동의 지원 없이도 현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차별 과제실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이 글은 콘트롤데이타사의 여성노동자들이 1982년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다국적기업 철수 반대투쟁을 하게 되기까지, 시대적으로 남존여비와 현모양처가 미덕으로 여겨지던 풍토에서, 요조숙녀 의식을 가졌던 여성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통해서 어떻게 집단적이고 창의적인 투쟁들을 지속적으로 전개 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콘트롤데이타 노조가 1970년대에 이루었던 여성과제 실천 사례는 그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매우 더디게 실현되고 있다. 이 글은 아직 여성노동자들의 여성과제 실현이 미진한 상황에서 콘트롤데이타 노조의 운동이 노동운동과 여성운동 발전에 어떤 의미를 던져 줄 수 있는 것인지를 밝혀줄 것이다. 아울러 그때 투쟁에 동참하였던 여성노동자들이 그 후에 어떻게 살아갔으며, 현재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서 집단적인 운동 선례가 여성의 삶과 사회적 위치성에 어떤 변화로 이어져 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연구보고서는 당시 콘트롤데이타 노조에서 핵심적인 위치에서 일익을 담당하였던 연구자의 자기성찰이자 뼈아픈 고백이 될 것이며 아울러 함께 투쟁하였던 여성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구성한 글로서, 오늘날의 여성노동자들의 연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