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파편화된 지식정보와 분절된 학문 체계를 지식교육으로 답습해왔던 지난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어린이를 위한 지식그림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출판기획 전략을 도출하였다. 또한 이를 적용할 예시 샘플을 제시함으로써 국내 지식그림책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현재 '지식'을 다루는 그림책은 '정보'와 '지식'의 개념을 혼동하여, 분절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만 치중된 기획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로 하여금 스스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구체적인 의미로 작동되지 않는 지식은 삶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형성하지 못한 채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앎의 강요'로 억압된 지식교육의 현장을 그대로 그림책 속에 옮겨놓는다면, 그림책이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과 감동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림책이 교과서의 보조 참고서로 전락하지 않고 그 정체성과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앎의 기쁨'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서 기획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단편적인 호기심을 자극시켜서 짧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책보다는 어린이로부터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장(場)에 돌입케 함으로써 지식의 원리를 발견하는 감동을 삶의 태도로 치환시킬 수 있는 그림책이 필요한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새로운 개념의 '지식그림책'의 출판기획 전략을 도출함으로써 어린이를 위한 지식그림책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했다.
지식그림책의 목표는 어린이로 하여금 지식의 원리를 탐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찾아낸 원리를 타 영역에도 적용하거나 응용하여 재구성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의미가 구체화된 '참지식'을 생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식그림책의 목표를 달성토록 하기 위해서는 책 속에서 능동적인 지식의 재구성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자는 이를 출판기획의 측면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어린이 독자의 반응을 예상하여 인위적으로 가공한 〈단계별 사고의 확장 모형〉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지식그림책의 개념과 정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출판기획자로 하여금 지식그림책의 작동원리를 실행시킬 수 있는 기본 전략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
〈단계별 사고의 확장 모형〉은 총 4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확장 과정이 진행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식의 능동적인 재구성이 실현되는 '참지식'의 생성 단계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출판기획자는 〈단계별 사고의 확장 모형〉 4단계를 이해하고, 이를 의식적으로 상기함으로써 지식그림책의 정체성과 그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출판기획의 일관성과 체계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그림책의 시리즈물을 기획할 때에는 〈단계별 사고의 확장 모형〉을 통해 시리즈물의 구성 프로세스나 글·그림의 표현 전략 등에서 기획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전체 시리즈물의 기획 의도는 하나일 수 있지만, 각 권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지식의 원리와 시리즈물과 시리즈물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마다 인지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출판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다양한 지식의 원리를 향해 깊숙이 탐구하게끔 독자를 유도하는 길잡이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과 같은 논의를 통해 도출된 지식그림책 출판기획 전략을 실제 예시 샘플에 적용해 제시하였다. 지식그림책의 권장 연령인 초등학교 저학년 1학년과 2학년의 발달적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은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로, 나를 다른 타인과 구분하여 생각하는 능력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타깃으로 하여, 전통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지식그림책의 시리즈물을 교과연계의 직·간접적 방식에 따라 기획하였다.
직접적 연계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나의 몸과 전통문화』 시리즈를 기획하였고, 간접적 연계로는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의 교과단원명을 염두에 둔 채 전통문화콘텐츠의 특성을 살린 3개의 시리즈물을 기획하였다.
전통문화콘텐츠의 특성을 파악하여 기획 의도는 3개로 나누어서 진행하였다. 그 결과, 물질문화를 연대기별로 엮은 기획의 예시로 『마음으로 빚는 우리그릇』 시리즈, 파생테마를 심화하여 특별주제로 엮은 기획의 예시로 『불꽃속의 아름다움』 시리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을 중심으로 한 기획의 예시로 『천불천탑의 비밀』 시리즈를 제시하였다.
지식그램책 개념에 대한 본 연구의 새로운 규정과 그에 따른 출판기획 전략은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안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 주제가 향후 연구자들에 의해 보다 면밀히 검토될 것과 이를 토대로 국내 그림책 출판 기획 분야에서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