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서 죽음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 고대인으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최근 들어 인간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웰다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죽음을 구체적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분야 중 철학치유는 인간이 필연적인 마지막 행보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철학적인 방법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철학치유란 행복한 삶을 위해 여러 삶의 제반 문제 해결에 철학을 이용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여러 삶의 문제 해결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철학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마음의 평형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가능하다. 본 논문은 죽음에 대한 철학치유의 방법론을 실제적으로 적용하고자 철학치유를 기반으로 종합 병동 내 호스피스 병동 문화기획을 연구하였다.
호스피스 병동 내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는 바로 죽음이다. 본 논문에서는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이 죽음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여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여 남은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철학치유를 기반으로 종합병원 호스피스병동 문화기획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문화기획은 크게 공간기획 부분과 문화프로그램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문화기획의 중심 개념은 문화인류사적으로 인간의 생로병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물'로 선정하였다. 이 문화기획은 물 모티브를 중심으로 철학치유의 단계에 따라 공간구성과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공간구성에서는 물을 모티브로 하여 호스피스 병동 공간의 벽색채와 벽라인을 변형시키고, 호스피스 각각의 공간에 맞게 물을 모티브로 한 예술작품을 설치하고자 하였다. 문화프로그램 기획은 철학치유의 구체적 방법론인 철학 카운슬링의 단계별 특징에 부합하는 예술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본 기획의 궁극적 목적은 호스피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무료하게 침상에 누워 일상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된 공간과 문화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죽음에 대한 문제와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가치 있는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데 있다.
본 논문의 제2장에서는 '학문을 위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닌 인간의 삶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철학치유를 다루었다. 국내에서 연구되고 있는 인문치료와 인문치료의 한 부분으로서 철학치료를 살펴보고, 철학치료의 한 방법 중 새로운 방법론으로 부각되고 있는 '루 매리노프'의 철학 카운슬링 이론을 살펴보았다. 더 나아가 철학 카운슬링 이론을 바탕으로 죽음의 인식 단계를 구성하였다. 이와 더불어 죽음의 인식단계를 호스피스 환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간의 생로병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물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3장에서는 최소 1개월에서 6개월이라는 여명을 판정받은 종합병원 내에 호스피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문화기획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하여 호스피스 환자들의 정신적·신체적 상황을 살펴보고, 현재 국내 종합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현황을 분석했다. 이러한 실태 분석을 통하여 호스피스 공간의 목적과 기능에 적절히 부합하는 문화공간기획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호스피스 공간 기획을 위하여 본 연구는 물의 상징 요소를 병동 공간에 적용하였다. 문화프로그램 기획에서는 철학 카운슬링의 5단계에 따른 프로그램의 기획으로서 각 카운슬링 단계별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예술장르를 선정하여 호스피스 환자들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호스피스 병동 문화기획은 죽음에 대한 철학치유 방법론과 문화적 접근의 통섭을 통해 지금까지의 죽음의 문화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문화기획 분야에 있어 새로운 연구 영역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